연 매출 330억원, 누적 투자금 125억원을 유치한 스타트업 패스트뷰가 복수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하이브(352820)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비방 콘텐츠를 올렸다가 소송에 휘말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 회사는 콘텐츠 테크(기술) 기업을 표방하며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아기 유니콘'에 선정돼 3억원을 지원받았고, 작년에는 이 사업을 완료한 기업 중 성장세가 뚜렷한 기업을 선정해 추가로 최대 3억원을 지원해 주는 '아기 유니콘 플러스' 기업으로도 이름을 올린 곳이다.

아기 유니콘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서 민간으로부터 누적 투자 유치 실적이 20억~100억원인 기업이 신청할 수 있다.

최근 유명 사이버 레커 유튜브 채널인 '탈덕수용소'가 장원영, 방탄소년단에 대해 허위 영상을 유포하다 적발돼 민·형사상 조치가 이뤄진 가운데 정부가 스타트업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나 관리·감독 없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스트뷰가 운영 중인 '피플박스'가 하이브와 산하 소속사 아티스트를 비방한 콘텐츠. /유튜브 캡처

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해 8월 30일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관련 당사자 표시 정정신청서를 최근 제출하며 '피고1′을 특정했는데, 이곳이 바로 패스트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이브와 산하 소속사인 빌리프랩, 쏘스뮤직은 유튜브 7개 채널이 소속 아티스트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2억8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상 채널은 '커여운토끼쟝(Cute Rabbit Jjang)', '엔터픽(EnterPick)', '피플박스(People Box)', '다이슈(Da Issue)', '뉴진스팸(NewJeansFam)', '이슈탄(Issue Tan)', '왕잼이슈(Wangjam Issue)'다.

이 채널은 하이브 산하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이 다른 아티스트 콘텐츠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쏘스뮤직 소속 르세라핌 멤버 관련 악의적인 허위 사실도 대거 유포했다.

'XXXX가 단월드와 엮이고 있는 이유' 'XXXX XXX 갑자기 비호감된 이유' '파도 파도 끝없는 XXX 노래 표절 의혹' '왜색 논란 휘말렸다는 XXXX 현 상황' 등의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이에 하이브 등은 허위 영상 제작자 색출을 위해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북부 지방법원에 연방법 제1782조에 따라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을 상대로 외국 법적 절차에 사용하기 위한 증거 수집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고, 7개 채널 가운데 피플박스와 다이슈 채널 운영사가 패스트뷰라는 사실을 특정할 수 있었다.

패스트뷰는 과거 소속 채널인 오토포스트를 통해 현대차(005380)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가 회사와 관계자 A씨가 민·형사 처벌을 받기도 한 전력이 있는 곳이다. 지난 2020년 7월 오토포스트 전 편집장 A씨는 협력업체 파견직 B씨의 허위 제보 내용을 중심으로 현대차의 부당 해고와 잘못된 조업 관행을 비난하는 영상을 오토포스트 채널에 게시한 바 있다.

2015년 직장인을 위한 경제·트렌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채널로 첫발을 뗀 패스트뷰는 2018년 4월 법인으로 설립됐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다양한 채널에 유통하고 트래픽을 극대화해 수익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설루션을 내놓고 있다고 밝힌다.

최근엔 일본 도쿄 법인을 설립, K콘텐츠 수요가 높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뛰어든 상태다. 파인만자산운용,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스파크랩벤처스, KB캐피탈 등으로부터 누적 125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330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창립 이래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도 했다.

패스트뷰 관계자는 "해당 채널은 사회적 이슈나 커뮤니티 등에 있는 내용을 쇼츠(짧은 동영상)로 만들어 공유하는 곳으로, 하이브나 산하 소속사의 아티스트를 공격 또는 비방할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회사의 공식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커뮤니티 등에서 회사 대표는 물론, 전 대표까지 끌어들여 허위 사실 유포와 인격 모독까지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고발 조치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부 측은 "아기 유니콘은 민간에서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아 일정 금액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전문가 평가를 거쳐 지원금을 대는 형태로 운영된다"면서 "2020~2024년까지 누적 300개사가 아기 유니콘 사업을 거쳤고, 지원금이 나간 뒤에는 재무제표 등 성과를 추적하지만 소송 등의 개별 사안까진 파악하진 못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