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예산은 작년보다 10%가 줄었지만, 연구개발(R&D) 예산만큼은 12% 이상 증가했습니다. 다른 정부 부처가 R&D 예산을 줄이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죠."

김현우 SBA 대표는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아무리 힘들어도 R&D를 늘려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1998년 서울시 중소기업(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 실행기관으로 설립된 SBA는 서울에 있는 시민,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위한 '공공 액셀러레이터(창업 기획자)'로서 창업을 포함한 산업 진흥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서울시의 중소벤처기업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김현우 SBA 대표는 "챗GPT 같은 대화형 AI 늦었지만, 생활 속 AI는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 "대화형 AI 늦었지만, 생활 속 AI는 앞서자"

SBA에 따르면, 지난해 329억 원 규모였던 R&D 예산은 올해 375억 원 규모로 늘어났다. 인공지능(AI) 융합 기술의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AI 기반 R&D 예산을 30억 원에서 50억 원 규모로 늘린 것이 눈에 띈다. 과제 수도 15개에서 25개로 증가했다. AI와 융합할 수 있는 반도체, 제조 등에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김 대표는 "AI는 특정 산업이 아닌 모든 분야의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인터넷 도입과 맞먹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우리가 '챗GPT' 같은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 대화 모델 개발에선 늦었지만, 생활 속에서 이를 구현한 온디바이스(내장형) AI에선 앞서갈 수 있다"고 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혁신 기술 발굴·지원 프로그램인 '서울혁신챌린지'에서도 AI를 융합해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1억원 안팎의 시제품 제작 지원금을 대서 혁신 아이디어·신기술을 보유한 유망 기업이 빠르게 기술을 검증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픽=이순지

라이다(LiDAR)와 카메라 융합 센서를 활용한 고정밀 지도 구축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모빌테크'는 서울혁신챌린지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모빌테크는 시제품 제작과 R&D를 위한 자금을 조기 지원 받아 기술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실증까지 진행해 누적 2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지자체 최초 기보와 손잡고 최대 36억 지원… "SBA 히트작 될 것"

SBA는 AI, 양자, 창조산업, 핀테크, 로봇 등의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R&D 과제 7개를 신설하는 등 뛰어난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단순 해외 전시회 참가를 넘어, 해외 실증 및 인증 지원,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돕겠다는 포부다.

SBA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5′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조성된 서울통합관에 참여하기도 했다. 작년보다 1.5배 큰 1040㎡(약 315평) 규모의 전시관에 SBA를 포함한 16개 협력 기관의 스타트업 104개사가 참여했고, 이 중 21개사가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미국 실리콘밸리 한인 창업자 네트워크인 UKF(United Korean Founders)와도 연계해 서울 스타트업의 효과적인 미국 시장 진출 지원을 위한 교두보 역할에 나선다.

SBA는 또 올해 기업당 최대 36억 원을 지원하는 기술보증기금(기보) 연계 R&D를 신설하기도 했다. 기보와 손잡고 이런 상품을 내놓는 것은 전국 지자체 중 서울시가 처음이다.

기보 특례 보증으로 2억 원을 받은 기업에 SBA가 최대 4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기보가 다시 사업화 자금을 30억 원 규모로 보증하는 형식이다. 1%대로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업당 2억~3억 원을 지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투입이 가능한 사업"이라면서 "올해 SBA의 최고 히트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韓위상 알린 '서울콘', 올해는 알리바바와 판 키운다

SBA는 최근 중국 타오바오와 서울의 패션·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BA 제공

지난 2021년 11월부터 SBA를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대표적인 성과로 '서울콘'을 꼽았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박람회인 서울콘은 2023~2024년 두 차례 진행됐으며, 지난해엔 전 세계 50여개국, 3498개 팀이 참여해 뷰티, 패션, 콘텐츠, 게임 등 서울의 창조 산업을 알렸다.

김 대표는 "올해 서울콘에서는 알리바바 산하의 타오바오 글로벌과 손잡는다"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30명 이상의 중국 인플루언서(왕훙)가 찾아 9억명의 중국 소비자가 이용하는 타오바오의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서울의 우수 패션·뷰티 제품을 실시간으로 알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계가 어려운 경제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벤처캐피털(VC)이 투자를 시작할 타이밍"이라며 "기업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