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 더존비즈온(012510)이 돌연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AC) 라이선스를 반납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강원도 춘천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더존비즈온은 2018년 AC 자격을 취득한 뒤 현재까지 강원권 유망 스타트업 22곳에 총 28억원을 투자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더존비즈온 본사 전경. /더존비즈온

25일 업계를 종합해 보면, 더존비즈온이 AC 자격을 반납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중소벤처기업부가 AC의 경우 자회사를 둘 수 없다고 제한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법 시행규칙 제15조 '창업기획자의 행위 제한'에 따르면 AC는 경영지배를 목적으로 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

더존비즈온은 2023년 10월 전자신문사 지분 74.28%를 취득, 자회사로 편입해 중기부로부터 경고와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에 대한 1차 시정명령 시한이 다음 달 27일로 다가온 것이 AC 자격 반납의 주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AC 자격 보유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현행법상 AC는 전체 투자액의 40~50%를 3년 이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한다.

복수의 AC 업계 관계자는 "7년 미만에 주로 투자해 사업모델과 매출 등을 검증, 예측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VC)과 달리 3년 미만의 갓 창업한 기업의 경우 '사람'만 보고 투자할 수밖에 없다"면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만큼 많은 AC가 많은 기업에 작은 액수를 뿌려주기식으로 투자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런 이유로 많은 AC가 문을 닫거나 자격을 반납하고, VC 자격을 복수로 취득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존비즈온은 AC 자격 반납과 별개로 중기부의 팁스(TIPS) 운영사 역할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강원권에서는 현재 더존비즈온이 AC 대신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

강원도 춘천 출생으로 춘천고를 졸업해 현지 네트워크가 강하고, 스타트업 육성에도 애정이 많은 김용우 회장이 이런 역할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ERP 중심이던 더존비즈온은 '위하고'(기업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비즈니스 플랫폼)를 만들면서 그 안에 생태계를 육성할 목적에서 AC 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자체 사업 시너지 확대를 위한 투자 중심인 CVC와 비슷한 취지다.

지역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위하고 플랫폼 확산이 더디면서 더존비즈온이 국내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지는 등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시정명령 시한 임박과 맞물려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AC를 유지할 실효가 별로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