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찾은 경기 이천의 딜리버스 물류 허브(hub·중심 창고). 교실 80여개를 이어붙인 규모의 공간(5338㎡, 약 1600평)에 들어서자 분주히 움직이는 200여대의 소형 로봇이 눈에 띄었다. 글로벌 물류로봇 '리비아오 로보틱스'의 자동 분류 로봇을 도입한 T-소트 분류 시스템이다.
관리자가 포장된 물품을 스캐너로 비춘 후 로봇 위 상판에 올려놓자 로봇은 자동으로 물건을 인식, 지정된 지점까지 싣고 이동해 박스에 투하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해당 시스템에서 처리되는 물량은 시간당 1만7000개 이상. 약 30명의 직원들은 로봇이 채운 박스를 포장하고 새 박스를 꺼냈다.
김용재 딜리버스 대표는 "기존 경기 광주 허브에서 이전하며 허브를 네 배 넓혔지만 인력은 약 25% 줄였다"고 말했다.
2021년 설립된 인공지능(AI) 물류 스타트업 딜리버스는 이커머스 기업과 브랜드 자사몰을 위한 당일 도착 택배 서비스 '딜리래빗'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택배비 수준의 비용으로 수도권 기준 평균 7시간 이내에 물건을 배송해주는 것이 딜리래빗 서비스의 특징이다.
최근에는 서비스 지역을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로 확장, 국내 당일 배송 운송사 중 유일하게 충청권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 바 있다.
저비용으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딜리버스의 비결은 '무인화(無人化)'다. 우리나라 이커머스 기업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으며 이들이 취급하는 물품 80%가 소형 화물이라는 데 착안, 김 대표는 무인화를 바탕으로 물류 간소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기존 택배사들은 중앙 허브에 물품을 모은 후 여러 개의 분산지로 보내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방식을 사용한다"며 "수도권 지역, 소형 화물로 서비스를 과감히 좁힌다면 상당 과정을 무인화해 비효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딜리버스는 AI 기술을 활용해 배송 전반을 효율화했다. 딜리래빗은 'AI 딥러닝 다이내믹 클러스터링 기술'을 통해 당일 물품 상황을 분석, 정해진 시간 내 가장 많은 물품이 배송될 수 있는 배송 노선을 생성한다. 출발지와 목적지 위치, 날씨, 건물 유형, 공동현관 비밀번호 유무 등 다양한 데이터가 활용돼 최적의 노선이 계산된다.
배송기사별 배달 구역도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기존 택배사는 기사별로 고정된 구역을 맡아 배송하는 체제로 물량이 급증할 시 배달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딜리래빗은 실시간 물량 상황을 반영해 배달 구역을 재구성, 기사는 효율적으로 배송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천 허브에서 구역별로 분류된 물품은 간선차량을 통해 무인지역캠프로 이동, 배송기사가 방문해 인수한다. 현재 전국에 마련된 딜리래빗 무인지역캠프는 20곳. 배송 완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7시간 정도다.
딜리버스는 2022년 5월 서비스를 출시한 후 지그재그, 무신사, 젝시믹스 등 30여개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꾸준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적자였던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다. 현재까지 딜리버스가 유치한 투자금은 224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배송업계의 무인화 전환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봤다. 아마존이 무인 트럭을 활용해 배송을 효율화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 대표는 "머지 않아 5년 내로 업계 무인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딜리버스가 쌓아온 배송 데이터가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