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5억원과 1574억원.
국내 안마의자 시장을 양분하는 바디프랜드와 세라젬, 두 회사 각각의 연간 매출채권 규모다. 2023년 기준으로, 이 매출채권에는 고객에게 렌털 형식으로 안마의자를 판매한 후 앞으로 받아야 할 금액이 대거 포함돼 있다.
바디프랜드는 전체 매출의 49%에 이르고, 세라젬은 27%에 달한다.
이는 렌털업의 특성상 발생하는 재무 구조다. 두 기업은 약 3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안마의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유인책으로 2010년대 들어 렌털 서비스에 나서며 성장했다.
그러나 후폭풍도 겪었다. 바디프랜드의 경우, 2018년 기업공개(IPO)에 나섰을 당시 렌털이라는 금융 요소가 섞인 매출에 대한 회계 이슈가 발목이 잡혀 IPO에 실패했다.
현재 바디프랜드와 세라젬은 고객이 렌털 계약을 맺으면 안마의자 전체 금액을 바로 매출로 반영하는 '금융 리스 회계'를 하고 있다. 한 회계 전문가는 "안마의자 기업들은 렌털비를 받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부실 채권을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렌털비를 내지 않아 문제가 되는 고객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이 돈을 안낸다고 해서 다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을 두고 초기와 중장기 미납 고객으로 구분해 미납이 장기화되면 채권추심 절차에 들어간다.
두 기업의 매출채권 회전율도 4회 이하로 낮다. 매출채권 회전율은 쉽게 말하면 회사가 받을 외상값을 얼마나 빨리 현금으로 받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매출채권 회전율이 높으면 매출채권이 순조롭게 회수되고 있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 매출채권의 회수기간이 길어져 대손발생의 가능성이 크다.
바디프랜드의 매출채권 회전율은(2023년 기준) 2.01회, 세라젬은 3.7회였다. 같은기간 국내 대표 정수기 렌털 기업 코웨이(021240)의 매출채권 회전율이 16회인 점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정수기보다 고가인 안마기기의 특성상 외상값을 제때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마의자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안마의자 기업의 미수금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면서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추후 어떤 리스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사실 두 기업이 직면한 더 큰 위기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 포화 상태로, 실적 하락세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고가의 제품으로 안마의자를 살 수 있는 국내 가정, 기업 고객은 이미 제품을 구매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바디프랜드 매출은 2021년 611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5436억원, 2023년 4196억원으로 줄었다. 세라젬 역시 2022년 최대 매출 7501억원을 기록한 후 2023년 5846억원으로 감소했다.
현재 두 기업 모두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단순 안마의자 기업을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두 회사는 자사를 안마의자 기업이라 소개하지 않는다. 바디프랜드는 '헬스케어 로봇 기업', 세라젬은 "홈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이라고 소개한다.
바디프랜드는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에 초점을 맞춘 성장을 준비 중이다. 안마의자에 AI와 로봇 기술을 입혀 헬스케어 로봇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5′에서 헬스케어 로봇으로 공개한 '733′이 대표적이다. 733은 기존 안마의자와는 달리 팔과 다리가 독립적으로 움직여 전신 스트레칭 마사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AI 기술을 탑재, 사용자의 심장 건강 상태를 실시간 체크한다.
이경수 세라젬 대표는 아예 안마기기 기업을 부인했다. 그는 CES 2025에 참석해 "세라젬은 이제 단순한 안마기기 기업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식약처 인증 안마베드와 안마의자는 물론 뷰티 디바이스, 정수기 등 7개 영역의 헬스케어 브랜드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설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홈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이다.
안마의자 기업을 부인하면서도 이들 시장을 이끄는 두 기업의 성장 스토리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