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강자' 신일전자(002700)가 변신에 나선다. 선풍기 등 기존 주력 제품은 물론 신제품 로봇청소기 등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입혀, 종합 가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5년 매출 2300억~24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신일전자는 창업주 고(故) 김덕현 명예회장의 장남 김영(71) 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은 신일전자 지분 10.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문경영인 정윤석 대표와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회장의 친누나인 김정아씨와 남동생 김기홍씨도 신일전자 지분 0.05%와 0.0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쌍둥이 동생 김원씨는 2007년까지 신일전자 총괄 부회장을 지냈고, 2021년 보유하던 신일전자 지분 0.54%를 전량 매각했다. 김기홍씨는 디자인 담당으로 신일전자 제품과 CI 등의 디자인 업무를 했었다. 현재 3명 모두 신일전자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선풍기 외길, 돌파구는 AI

1959년 설립된 신일전자(옛 신일산업)는 선풍기 등 가전 외길을 걸었다. 하지만 에어컨 등 새로운 가전제품의 등장으로 선풍기 수요가 줄면서 현재 매출 18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성장이 정체됐다는 것이다. 신일전자는 2023년 매출 1842억원, 영업이익 20억원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9.1%, 영업이익은 28.5% 줄었다.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1407원이다. 주식시장에선 선풍기 제조 기업이라는 한계로, 여름 폭염주로 분류돼 여름 시즌에는 오르고 그 이후에는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신일전자는 선풍기 의존도가 높다. 전체 매출의 52.1%(960억원)가 선풍기 사업에서 나온다.

신일전자의 로봇청소기 '로보웨디'. /신일전자 제공

신일전자는 계절 가전 기업에서 종합 가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그 돌파구는 AI다. 기존 선풍기, 서큘레이터 등 핵심 브랜드에 AI 기능을 탑재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AI 가전 제품을 선보이며 제2의 도약에 나선다는 것이다.

김영 회장은 지난해 7월 창립 65주년을 맞아 단순 가전제품 제조업체를 넘어 AI 등 혁신을 바탕으로 종합 가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신일전자가 지난해 6월 출시한 AI 기반 로봇청소기 '로보웨디'는 종합 가전 기업으로 향하는 첫 관문으로 평가된다. 앞서 5월에는 AI 음성 인식 서큘레이터를 선보였다. 올 겨울에는 AI 기술을 적용한 난방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일전자 관계자는 "2025년 목표 매출 2300억~2400억원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中 로보락, LG·삼성과 경쟁

신일전자의 AI 기반 가전 시장 공략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선풍기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쿠쿠, 한일 등 국내 기업은 물론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저가 공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진출한 AI 로봇청소기 시장 역시 중국 로보락이 LG전자,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신일전자는 LG, 삼성의 로봇청소기 가격이 160만~180만원 정도이고, 로보락이 약 150만원인 것을 고려해 130만원 아래로 가격을 책정했다. 신일전자 측은 애프터서비스(AS)도 중국 브랜드와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신일전자의 전략은 잘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종합 전자제품 매장에 따르면, 로보락의 로봇청소기가 전체 판매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압도적이고, 그 뒤를 LG와 삼성이 쫓고 있는 시장 상황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신일전자 선풍기는 1등이지만 시장이 정체되고 있고, (신일이 진출한) 로봇청소기라는 새로운 시장은 워낙 강력한 경쟁자들이 많아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