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축제를 운영하는 한 문화재단 관계자는 축제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 유명 가수를 초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섭외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이것만큼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도 없어서다.

전국 지역 축제가 위기에 처했다. 특색 없는 비슷한 축제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다. 가수를 초대하고 먹거리존을 운영하는 축제가 대다수다.

24일 민간 연구 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지역 축제는 1170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884건)과 비교해 32% 증가했다. 전국 시군구가 260곳인데 1곳에서 4건 이상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더욱이 축제에 투입되는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축제의 질적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1170건 중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주요 축제는 113건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41.2% 늘었다.

그래픽=손민균

◇전국 축제 1170건 "지역 정체성 입혀야"

전문가들은 지역 정체성을 담은 핵심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지역 상권 활성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훈 고려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는 "전국 지역 축제가 천편일률적일 뿐만 아니라 가수 섭외 등 단기적 흥행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역 축제 활성화를 위한 두 가지 콘텐츠를 강조했다. 첫째는 해당 지역의 특성을 살린 축제다. '화천 산천어 축제'와 같이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축제다. 그는 "이런 지역 특성을 입힌 축제는 브랜드화해서 적극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1월 11일 열린 '화천 산천어 축제'. /연합뉴스

두 번째는 '영(young)'한 감성으로 재밌고 새로운 콘텐츠를 더한 축제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열린 '김천 김밥 축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김밥천국'(줄임말 김천)이라는 설문 조사에서 힌트를 얻어 개최한 이 축제는 이틀간 10만명이 몰리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김 교수는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도 강조했다. 축제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축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느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보다는 축제를 찾은 사람이 또다시 그 지역을 찾고 그 지역 상품 등을 구매하는 등의 효과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근 대학과의 상품 개발을 통해 지역 축제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라남도 지역 축제에 참여하는 한승주 전국상인연합회 전남지회장은 "지역 상인들이 각 지역 대학 등과 협력해 특별 상품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 상인 대부분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먹고사는 데 급급해 고객을 유혹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도 시간도 없다는 설명이다.

한 지회장은 또한 "단순 축제 현장 판매를 넘어, 축제 때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일반 시장에서 판매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지자체문화재단기획사 "돈 새는 이중구조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축제 운영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 축제의 경우, 전국 지자체 자금 지원을 받은 다양한 문화관광재단들이 축제를 위탁 운영한다. 그러나 이 재단들 역시 외부 전문 기획사에 축제 기획 등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비용이 재단, 기획사 등 두 번 들어가는 구조다.

최상규 세계축제협회(IFEA) 아시아지부 부회장은 "지자체, 재단, 기획사로 이어지는 지역 축제 운영 구조 효율화에 나서야 한다"며 "동시에 축제 기획자를 육성해 지자체가 투입한 예산만큼 축제가 지역 경제 활성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이어 "지역별로 비슷한 축제가 많아 축제를 통합 운영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