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정수기 등 소형 가전 중심의 비즈니스를 구축한 ‘쿠쿠’가 중대형 가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쿠쿠는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최초로 김치냉장고를 선보였다. 앞서 6월에는 첫 냉동고를 출시했고 최근에는 청소기까지 출시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쿠쿠는 ‘종합 가전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정서희

쿠쿠는 현재 창업주 구자신(84) 쿠쿠홀딩스(192400) 회장의 장남인 구본학(56) 쿠쿠전자·쿠쿠홈시스(284740) 대표가 이끌고 있다. 지난 2006년 ‘쿠쿠 2세’ 구본학호(號) 출범 이후 렌털 사업 확장에 이어 중대형 가전 사업에 본격 나서는 것이다.

◇생활 가전 이어 중대형 가전으로... ‘위니아꼴 날라’ 성공은 미지수

구 대표의 사업 다각화 전략은 2010년대 렌털·생활 가전 시장 진출에 이어 두 번째다. 2006년 부친 구자신 회장을 이어 쿠쿠전자(옛 성광전자) 대표에 오른 그는 2010년 정수기를 출시하며 생활 가전 렌털 시장에 뛰어들었다. 밥솥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다고 판단, 쿠쿠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선 것이다.

이후 구 대표는 2017년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렌털·생활 가전 사업을 인적분할해 쿠쿠홈시스를 신설했다. 동시에 밥솥 등 주방 가전 사업을 하는 쿠쿠전자를 물적분할하고, 쿠쿠홀딩스를 설립했다. 쿠쿠홀딩스 아래 쿠쿠전자, 쿠쿠홈시스 두 핵심 계열사를 두는 현 쿠쿠 사업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렌털 사업 확장이라는 구 대표의 쿠쿠 첫 번째 사업 다각화는 성공적이었다. 회사를 둘로 나눠 기존 핵심 사업인 밥솥과 생활 가전 렌털 등 각 분야 전문성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국내 정수기·공기청정기 렌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쿠쿠홈시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23년 기준 쿠쿠홈시스는 매출 9545억원, 영업이익 1448억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쿠쿠전자 역시 매출 7006억원, 영업이익 760억원을 기록했다.

쿠쿠홈시스 1도어 컨버터블 김치냉장고. /쿠쿠홈시스 제공

현재 시장은 대기업이 경쟁하는 김치냉장고 진출이라는 구 대표의 두 번째 사업 다각화 성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작년 11월 7일 쿠쿠의 김치냉장고 시장 진출은 시기적절했다는 평가다.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 1위 브랜드 ‘딤채’를 생산하는 위니아의 부진으로 시장 지각 변동이 일고 있어 그 틈을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는 것이다.

특히 쿠쿠는 50만~80만원대 중대형 1도어 컨버터블 김치냉장고를 출시하며 1~2인 가구를 타깃했다. 위니아를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가 주력하는 대형 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피한 전략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가 AI 기능이 탑재된 김치냉장고는 물론 100만원 이하 제품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고 있어, 쿠쿠가 김치냉장고 시장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LG전자와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경쟁했던 위니아는 대유위니아그룹의 무리한 가전사업 확장과 유동성 문제로 위기를 맞았다. 이후 그룹 전체로 위기가 전이됐다.

결국 위니아를 비롯해 위니아전자·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위니아디랩·대유플러스 등이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박영우 전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은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공장 근로자 251명의 임금·퇴직금과 각종 수당 등 114억원가량을 체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과거 쿠쿠가 성공적으로 진출했던 중견기업 중심의 정수기 등 가전 렌털 시장과 대기업이 주도하는 김치냉장고 시장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후면 쿠쿠의 중대형 가전 사업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쿠쿠홈시스처럼 기업 분할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쿠쿠가 어떤 새로운 전략을 펼칠지도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구본학, 최대주주 등극…경영권 승계 마무리

구 대표는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2022년 구자신 회장으로부터 쿠쿠홀딩스, 쿠쿠홈시스의 지분을 증여받으며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구 대표는 현재 쿠쿠홀딩스 지분 45.1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쿠쿠홀딩스는 쿠쿠전자 지분 100%, 쿠쿠홈시스 지분 40.55%를 보유하고 있다.

구 대표의 친동생인 구본진씨도 쿠쿠홀딩스 지분 15.22%를 보유하고 있다. 구본진씨는 쿠쿠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쿠쿠홀딩스의 관계사인 제니스 지분 100%를 보유, 이 회사를 경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니스는 밥솥·프라이팬 등 주방용품에 쓰이는 도료 제조, 부동산 임대업 회사로, 2023년 매출 361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했다.

구 대표의 장남 구경모(28)씨도 쿠쿠홀딩스 지분 3.15%를 갖고 있다. 구씨는 아직 쿠쿠홀딩스, 쿠쿠전자 등 쿠쿠 계열 회사에서 일하지 않고 있다.

한편, 구 회장은 쿠쿠홀딩스 대표로 재직 중이지만,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 구 대표 등 경영진과 회사 중요 사안을 논의하는 정도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