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사인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미 투자금을 초과하는 이익을 어도어와 하이브에 돌려주었다”고 했다.
어도어는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하이브(352820)의 주요 레이블(계열사) 중 하나다. 어도어의 유일한 소속 아티스트는 뉴진스다.
이에 대해 어도어 측은 전속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뉴진스의 계약 기간은 2029년 7월 31일까지다.
뉴진스는 지난 14일 ‘jeanzforfree’(진즈포프리)라는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개설해 그룹 ‘뉴진즈’로 차별화를 꾀하며 독립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당 계정에는 현재까지 318만 팔로어가 몰렸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이들의 첫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멤버들은 “(이 계정은) 진짜 저희다”라며 “여기서 더 자주 만날 것”이라고 했다.
해당 계정에는 뉴진스의 화보 사진(하단 캡처 참조)도 올라와 있다. 민 전 대표가 스페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한 점이 눈에 띈다. 화보에서 멤버들은 그룹명 대신 각자의 이름을 썼다.
뉴진스는 소속사 어도어를 배제하고 직접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광고모델(앰배서더) 계약을 추진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됐다.
아티스트가 투자금 이상의 이익을 내주었다면, 이같이 일방적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독립 활동을 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19일 법조계를 종합해 보면, 뉴진스와 어도어 사이의 계약은 일반적인 금전 대여(대출)와 구별되는 ‘자본 투자’의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여는 원금을 반환하며 정기적으로 일정한 이자를 받는 조건인 반면, 투자 계약은 원금 손실 위험을 감내하는 계약이다. 투자 수익의 발생할지, 얼마나 수익이 날지는 온전히 투자 대상의 실적에 달린 것이다.
K팝 시장에서 기획사가 아티스트의 낮은 성공 가능성에도 투자에 나서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성공 시 막대한 보상이 따르고, 전속 계약을 통해 해당 기간 독점적으로 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뉴진스 멤버 민지, 하니, 해린, 다니엘, 혜인 등 5명은 모두 하이브 산하 또 다른 레이블인 쏘스뮤직 연습생으로 하이브에 들어왔다. 데뷔는 2022년 어도어에서 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 쏘스뮤직, 어도어의 금전적 투자는 물론이고, 교육, 훈련 등 무형적인 지원을 받았다. 데뷔 당시엔 하이브의 메가 히트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의 여동생 그룹’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종합해 보면 뉴진스의 성공은 멤버 개인의 재능, 노력뿐만 아니라, 하이브라는 회사의 유명세, 쏘스뮤직 시절의 교육·훈련, 하이브의 어도어에 대한 자본투자, 무형적 지원, 어도어 직원들의 지원 등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뉴진스는 연예 활동으로 발생한 수익을 어도어와 분배해야 한다. 각 멤버가 가져간 정산금은 지난해에만 1인당 5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반해 전속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전 계약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벗어나려 한다면, 그에 따른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위약금은 향후 잔여 계약 기간 어도어의 장래 예상 수익을 보상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표준전속계약서도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액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뉴진스 위약금은 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만약 기획사의 막대한 자본을 투자받고도 아티스트가 일방적으로 기간 만료 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 누구도 K팝 산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뉴진스가 전속계약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SNS 개설, 광고 독자 추진 등으로 리스크(위험 요인)가 높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계약 위반 정황이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진행 중인 소송은 물론, 향후 이로 인한 위약금 소송 등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