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 시각) 오후 베트남 중부 후에(Hue)의 랜드마크 후에 황궁 입구에 들어가니 한국 스타트업 '지바이크'가 운영하는 지쿠 전기자전거 10여 대가 나란히 주차돼 있었다. 10㎞에 이르는 성벽,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 요새 형태의 후에 황궁은 걸어서 둘러보기에는 무리일 정도의 규모다. 이에 관광객들은 툭툭이라 불리는 버기나 지쿠 자전거를 타고 주요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1시간에 7만동(우리 돈 약 4000원)을 내고 지쿠 자전거를 타 봤다. 원터치로 안장 높이를 조절해 앉은 뒤 페달을 굴러보았다. 일반 자전거와 달리 전기 모터로 추가 힘을 받기 때문에 속도가 올라갈수록(최대 시간당 25㎞) 다리가 가벼워졌다. 오래 타도 별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젊은 베트남 현지 관광객 커플이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입고 지쿠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투어하듯 젊은이들에게 또 하나의 즐길 콘텐츠로 부상한 듯한 느낌이었다.
내년 1월 중앙직할시로 승격되는 후에는 2022년부터 '자전거 도시 후에'를 선포하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 오토바이와 겸용도로, 관광용 자전거도로를 합쳐 2025년 말까지 117㎞, 2028년까지 241㎞ 구간에 구축할 예정이다. 폭 1m에, 중앙은 녹색, 가장자리는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현재 신흥 관공서 부지인 또흐우길부터 보응웬지압로에 걸쳐 8㎞가 완공된 단계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지바이크는 올해 2월 후에 황궁에 자전거 20대를 기부, 시범 사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베트남 사업 첫발을 뗐다.
여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지바이크는 내년 1월부터 후에 시내 주행을 위한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280대 규모로 시작한다. 베트남 내에서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시작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연말까지 운행 대수를 최대 10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더 많은 이용객을 유치하기 위해 구독 모델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1분기 중 후에 황궁에 자전거 20대도 추가 투입한다.
지바이크는 태국(2022년), 미국(2023년, 멤피스·로스앤젤레스·괌)에 이어 세 번째 해외 공략지로 베트남을 낙점했다. 자전거에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 후에를 시작으로 다낭이나 호이안, 달랏, 푸꾸옥 등 주요 관광도시 중 2~3곳을 추가 선정해 내년 중 도시별 시범 사업에도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SK차이나 전략기획팀장, 베스핀글로벌 고문 겸 베트남 법인장을 지낸 김태호 지바이크 베트남 법인장은 "연간 320만 명가량이 찾는 후에 관광객들은 주로 오토바이를 빌려 여행을 하는데, 이를 대체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면서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자전거로 즐기는 4·8시간짜리 관광 프로그램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김 법인장은 최근 다양한 스타트업이 베트남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 주요 인사들과 맺는 '꽌시(關係,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게 '문서'"라고 했다.
그는 "당국이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하고, 이를 검토 받는 과정을 차곡차곡 거쳐 사업 승인을 받게 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문서를 갖추면 보호와 지원을 받게 된다. 한국식 '빨리빨리' 성공 방정식과는 다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