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레오(REO)는 소방관이 입었던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하는 회사다. 사명인 REO는 'Rescue Each Other(서로 구하자)'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소방관이 우리를 구해주듯,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함께 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명을 구한 소방 장비를 다시 살려 활용하고, 이를 팔아 수익금 일부를 암 투명 소방관 지원, 소방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지원 등에 투입한다. 영업이익의 50% 정도를 여기에 쓴다.
이승우 대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학 동아리에서 방화복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시작, 수익금 전액을 기부해 왔으나 지속가능성을 위해 2018년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이 대표는 "전액 기부 모델로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웠다"면서도 "유가족들이 '덕분에 암 투병 소방관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졌다'고 말씀해 주셔서 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모델로 일을 계속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119레오는 방화복을 활용해 가방, 지갑,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가방은 10만~30만 원대, 액세서리는 1만~3만 원대에 자사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사회적 가치를 지닌 제품 소비에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이 주 타깃이다.
방화복의 주 소재인 아라미드는 뛰어난 내열성과 강도를 가진 고기능성 소재다. 일상에서 쓰기에 내구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라미드는 그 자체로 5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딜 수 있고, 강도는 철의 5배에 달해요. 소방관에게 공급될 때는 900~1000도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되는데, 3년 정도를 입다 보면 꼬아져 있던 조직이 느슨해지면서 아라미드의 본래 기능으로 돌아가게 되요. 교체 주기죠. 이때 버려지는 방화복을 우리가 수거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듭니다."
119레오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라미드 재생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방화복에서 아라미드 단섬유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아라미드 단섬유로 다시 실을 꼬아내면 기존에 원단 상태의 아라미드를 업사이클링하는 것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며 "현재 연간 20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설비를 갖추고 있고, 2026년까지 70톤 규모로 이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119레오의 목표는 이를 통해 소재를 굵직한 기업에 납품, 아라미드 재생 분야에서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본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보고 있다. 그는 "최근 아시아나항공과의 협업 제품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다"며 "아라미드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있는 소재이지만 가격이 장벽이었다. 우리가 리사이클링한 소재는 원물보다 40% 저렴하면서 기능적으로는 90% 정도를 구현하기 때문에 다른 대체 소재 대비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했다.
이어 "119레오는 소방관의 용기가 담긴 방화복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며 "아라미드 재생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