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생활 종합 유통기업으로 나아가겠다."
53년 '문구 왕국' 알파의 창업주 이동재(76) 회장은 최근 서울 용산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알파의 성장 방안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이 회장은 1971년 알파를 설립, 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의 발전으로 디지털 시대 전환을 겪으며 실적 감소를 겪고 있다.
알파는 지난 2022년 매출 997억원을 기록, 연 매출 1000억원대가 무너졌다. 지난해에는 매출 958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디지털 시대라고 펜을 안 쓰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로 문구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 단견"이라며 "오히려 디지털 펜,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 디지털 문구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식 사회 그리고 다양한 역할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현 시대에는 더 많은 문구·사무용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식음료, 생활용품, 건강, 뷰티 등 시대 흐름에 맞춰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늘려 문구·생활 종합 유통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53년 문구 유통업을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서도 깨달은 게 있다. 온라인 판매, 시대별 요구 제품 판매 확대 등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앞을 보고 경영했다면 현재의 알파는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50년을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디지털 시대 전환으로 문구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좁게 보면 문구용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줄었다고 볼 수 있지만, 넓게 보면 그렇지 않다. 펜을 예로 들어보자. 학생 등 공부하는 사람들과 직장인들은 여전히 펜을 사용한다. 오히려 '펜을 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물을 수 있다. 또한 과거 단순히 하나의 펜만 사용했다면, 이제는 펜의 용도에 따라 다양한 펜이 있고, 가격도 몇 천원부터 몇 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알파도 다양한 기능의 가격대별 수많은 펜을 판매하고 있다. 다른 문구용품도 마찬가지로 쓰임새와 특징에 따라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사용할 때 필요한 액세서리, 가방, 디지털 펜, 보조배터리 등 다양한 디지털 용품 수요도 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전환으로 문구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보다는 시장 확대 개념으로 봐야 한다. 물론 이런 시장 변화에 잘 적응하면 살아남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한다."
―1000억원대 매출을 꾸준히 기록했다. 최근에는 실적이 감소했는데.
"기업의 실적은 살아 움직인다. 너무 실적에 연연하면 성장하기 어렵다. 경쟁 업체 등장으로 인한 시장 포화 영향이 컸다. 사실 경쟁 업체들의 인력을 보면 알파 출신이 많다. 알파가 국내 문구업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자부한다. 또한 경쟁은 시장에 필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기업을 이끌면서 인재 관리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문구 유통업은 제품 단가가 낮아 영업이익률 관리가 중요하다. 이익 구조를 개선할 전략이 있다면.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중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있다. 필기류, 오피스용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PB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알파는 크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비즈니스와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B2B 비즈니스가 있는데, 기업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판매 비중도 늘려나갈 것이다. 알파는 온라인 주문을 통한 일일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소비자가 주문하면 바로 내일 받을 수 있다."
―문구·생활 종합 유통기업으로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문구 플러스(+) 편의숍' 모델을 구축 중이다. 끝없이 계속되는 비즈니스다. 현재 문구용품은 물론 식음료, 생활용품, 스포츠, 뷰티 그리고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건강 의료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취급하는 제품이 9만개에 달한다. 앞으로도 시대 흐름에 맞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꾸준히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물론 알파의 핵심 비즈니스가 문구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현재 75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 확대 등 새로운 계획이 있나.
"코로나19를 겪은 후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매장 수를 더이상 늘리지 않고 있다. 이제 매장 확대는 보다 신중하게 상황을 보고 해야 한다. 이보다는 지역 특성에 따라 매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기업이 몰려 있는 지역 내 매장이라면 B2B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학교·아파트 등 주거 중심 지역에 있는 매장이면 학생 등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