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성장했고, 정체됐다.”

국내 페인트산업 라이벌 중견기업 노루페인트(090350)삼화페인트(000390)의 이야기다.

노루페인트는 지난해 매출 7805억원, 영업이익 418억원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3년(매출 4334억원, 영업이익 210억원)과 비교하면 외형과 수익성 모두 성장했다.

반면 삼화페인트공업은 같은 기간 매출은 4990억원에서 6313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34억원에서 258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률을 보면 노루페인트는 2013년 4.8% 지난해 5.4%에서 0.6%포인트 올랐고, 같은 기간 삼화페인트공업은 8.7%에서 4.1%로 무려 4.6%포인트 감소했다.

◇자동차·스마트폰 페인트 시장 공략, 결과는?

페인트업계에선 노루페인트가 건축, 공업용 페인트 시장이 국내 포화 상태인 가운데 자동차용 페인트라는 제품 다각화에 성공한 결과로 분석한다.

노루페인트는 현재 기아에 페인트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노르페인트의 자동차 페인트 부문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의 7%(625억원)를 차지했다. 기아와 국내 자동차 시장을 이끄는 현대차에는 범(汎)현대가 계열 대기업 KCC가 페인트를 공급하고 있다.

반면 삼화페인트는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케이스에 사용되는 페인트 사업을 강화했지만, 스마트폰 재질이 강화유리와 금속을 쓰는 추세로 바뀌면서 모바일 페인트 사업이 위축한 게 영향이 컸다. 실제로 삼화페인트는 삼성전자에 페인트 제품을 공급하며 2014년 영업이익 458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물량이 빠지면서 실적 하락세를 겪었다.

현재 삼화페인트는 지속되는 실적 정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업계는 김장연 삼화페인트 회장의 장녀인 김현정 삼화페인트 경영지원부문장(전무)을 주목하고 있다.

해외 부문 전략을 담당했던 김 전무는 지난해 말 경영지원부문장에 오르며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전무는 공인회계사(CPA),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회계·법률 전문가다. 김 전무는 앞으로 내실을 다지며 삼화페인트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토막 난 영업이익률을 다시 8%대로 복귀시키겠다는 것이다.

삼화페인트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도 준비 중이다. 올해 초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고 충전 시 전해질 분해에 의한 성능 저하를 막아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리튬이차전지용 전해액 첨가제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비즈니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적 상승에도 노루페인트의 상황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동차용 페인트 시장에 진출하며 성과를 냈지만, 국내 페인트 시장은 여전히 포화 상태다.

노루페인트는 삼화페인트와 마찬가지로 이차전지 소재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배터리 화재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난연성 코팅제와 접착제, 수소연료전지와 수전해 제조에 필요한 접착제 등 개발, 판매에 나섰다.

더욱이 노루페인트는 현재 안양 본사·공장 이전 문제로 안양시와 갈등을 겪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지난 1974년 안양 박달동에 본사를 짓고, 현재 생산동, 연구단지, 물류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안양시가 노루페인트 박달동 본사·공장 부지 일대에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 기업 등을 유치해 ‘박달 지식첨단산업단지’ 조성에 나서면서, 노루페인트는 이르면 3년내 본사·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루와 별 브랜딩 했지만...존재감 미미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 두 기업의 브랜드 전략은 모두 ‘컬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페인트의 색감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자사의 페인트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 전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두 기업의 브랜드 전략에는 차이가 있었다. 1945년 설립된 노루페인트는 사명을 보면 알 수 있듯 초식 동물 ‘노루’를 활용했다. 노루처럼 귀엽고 유순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1946년 설립된 삼화페인트는 과거 ‘별’ 모양을 기업 이미지(CI)로 사용했다. 밤하늘을 밝게 빛내는 별처럼 페인트 질이 우수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브랜드 전략이었다.

1940년대 창업한 두 기업 모두 당시 문맹률이 높은 한국 사회에 맞춰 소비자가 기업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동물과 별을 사용했다.

그러나 현재 삼화페인트는 별 모양을 쓰지 않고, 마치 페인트 붓으로 칠한 강렬한 빨간색 바탕에 영문 삼화(SAMHWA)를 쓴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현재까지 노루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 제품에만 사용할 뿐 과거처럼 노루 캐릭터를 적극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로고는 영문 노루(NOROO)를 쓰고 있다. 최근 노루페인트는 노루 캐릭터를 다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