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원지 제조업체 영풍제지(006740)가 21일 1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KH그룹에 대항하기 위해 영풍제지와 모회사인 대양금속(009190)이 우호 세력인 ‘백기사’를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영풍제지는 이날 ‘비니1호 투자조합’을 상대로 10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고 공시했다. 현금 납입도 완료됐다. 비니1호 투자조합은 영풍제지 기존 경영진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구성된 투자자들의 모임이다.

/영풍제지 제공

이번 증자로 비니1호 투자조합은 지분 17.6%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기존 최대주주인 대양금속의 지분은 20.8%에서 17.2%로 희석됐다.

비니1호 투자조합은 이번 투자와 관련, ‘단순투자 목적’이며 기존 경영진에게 경영권을 위임했다고 밝혔다. 납입된 100억원 대부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차입금 상환용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비니1호 투자조합의 ‘영풍제지 백기사’ 역할에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영풍제지 경영진이 KH그룹 등 외부세력의 적대적 M&A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KH그룹은 지난 6월부터 영풍제지의 모기업인 대양금속 지분을 취득하며 현재 지분 17.87%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양금속은 물론 영풍제지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서고 있다.

영풍제지 측은 “재무구조 개선 효과로 이익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며 “우호적인 백기사를 주주로 받아들여 KH그룹 등 적대적 M&A 시도를 원천봉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KH그룹의 대양금속 경영권 적대적 M&A 시도가 자회사인 영풍제지 소유 경기도 평택 공장 및 물류센터 부지 등 수천억원대의 부동산 자산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지는 7만9338㎡(약 2만4000평)으로 감정가액 1200억원에 달한다.

스테인리스 강판 제조업체 대양금속은 지난해 매출 2009억원,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영풍제지는 매출 785억원, 영업손실 15억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