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 아시아태평양(APAC)은 로컬(지역 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고의 제작사, 배우들과 함께 훌륭한 텐트폴(tentpole)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다.”
캐롤 초이(Carol Choi) 디즈니 아태 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은 21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4′에서 “아태 지역에서 제작된 스토리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열정적인 팬덤(fandom·충성 고객)을 형성하고 엔터테인먼트 소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텐트폴은 유명 감독과 배우, 거대 자본을 투입해 제작, 흥행 가능성이 큰 상업 영화를 이르는 말이다.
이날 디즈니는 다음 달 4일 공개하는 ‘조명가게’를 비롯해 ‘트리거·하이퍼나이프·넉오프·나인 퍼즐·파인: 촌뜨기들·북극성·메이드 인 코리아·탁류·조각도시’ 등 2025년 텐트폴 공개 예정작을 줄줄이 선보였다.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배우 김혜수, 김수현, 박은빈, 류승룡, 주지훈, 손석구, 김다미 등 스타를 내세우면서도 지난 3년간 디즈니+가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스토리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이들 배우는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에 직접 참석해 아태 지역 12개국 기자단 500여명과 만났다.
디즈니는 2021년부터 아태 지역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추진해 현재까지 130편이 넘는 디즈니+ APAC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였다. 한국 콘텐츠는 그중에서도 지난해 전 세계 디즈니+ 최다 시청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 상위 15개 중 9개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는 액션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이 아태 지역 디즈니+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시리즈로 꼽히는 성과를 올렸다. 방탄소년단(BTS) 지민과 정국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담은 ‘이게 맞아?!’ 역시 아태 지역 디즈니+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등극했다.
이번 디즈니+의 텐트폴 대량 공개 전략은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의 파급력, 작품성을 어느 정도 검증한 만큼 이제는 흥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작품을 승부수로 띄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디즈니+를 통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진출한 지 3돌을 맞은 디즈니가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 독주와 티빙, 쿠팡플레이의 과점 양상에 본격 추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디즈니+가 공개한 텐트폴 작품은 화려한 스타, 검증된 연출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눈에 띄었다.
‘범죄도시’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집필한 ‘파인: 촌뜨기들’이 대표적이다. 파인은 지난해 디즈니+ 최대 흥행작으로 꼽힌 ‘무빙’으로 검증된 배우 류승룡이 양세종, 임수정, 김의성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악당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1970년대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에서 실제로 발견된 보물선 사건을 모티브로 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 임수정은 “윤태호 작가의 원작이 훌륭했는데 각색된 스크립트 역시 훌륭해 단박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라면서 “강윤성 감독과 꼭 일해보고 싶었다. 배우들과 호흡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배우 김혜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린 배우 정성일과 함께 ‘트리거’라는 드라마로 디즈니+에 데뷔한다. 검찰,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트리거’ 팀을 이끄는 오소룡 팀장 역을 맡았다. 배우 김수현도 ‘넉오프’를 통해 처음으로 디즈니+ 시청자들과 만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남자가 평범한 회사원에서 세계적인 ‘짝퉁(가품) 왕’이 돼 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배우 박은빈, 설경구가 애정과 증오가 뒤섞인 의사 사제지간으로 나서는 ‘하이퍼나이프’는 ‘메디컬 스릴러’란 장르로 디즈니+의 콘텐츠를 더 풍부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배우 박은빈은 “디즈니+ 최초로 메디컬 스릴러 장르를 보여드리게 됐다”면서 “복합 장르다 보니 캐릭터 성정도 특이해서 본 적 없는 감각을 선사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 역을 맡은 배우 김다미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 역의 손석구가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나인 퍼즐’도 기대를 모은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 민란의 시대’, ‘공작’ 등 웰메이드 영화를 만든 윤종빈 감독은 “각 화마다 반전이 존재할 만큼 이야기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면서 “기존의 형사물, 스릴러를 탈피하고 새로운 느낌을 영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디즈니는 이날 배우 전지현과 강동원이 열연하는 ‘북극성’, 현빈과 정우성의 만남으로 주목받는 ‘메이드 인 코리아’도 내년 공개한다고 밝혔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000만 감독에 오른 주창민 감독과 ‘추노’ 이후 14년 만에 사극 집필에 나선 천성일 작가가 손잡은 디즈니+ 최초의 오리지널 사극 시리즈 ‘탁류’, ‘범죄도시4′의 오상호 작가가 각본을, 박신우·김창주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조각도시’도 콘텐츠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주목받았다. 이날 디즈니는 ‘무빙’ ‘조명가게’에 이어 강풀 작가와 손잡고 ‘무빙’ 시즌2 제작도 확정했다고 발표해 큰 환호를 받았다.
김소연 디즈니코리아 대표는 “한국 콘텐츠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세계적인 수준의 제작 역량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이어가며 주목받고 있다”며, “올해 말부터 내년에 걸쳐 디즈니+에서 뛰어난 제작진과 화려한 출연진, 진정성 있는 스토리 세 요소를 모두 갖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디즈니만이 선보일 수 있는 차별화된 스토리텔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