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 매출이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진시스템(178320), 한중엔시에스(107640)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ESS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거대한 배터리다. 전력이 남는 시간엔 남는 전력을 저장해주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해 전력 이용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이 임박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전력난으로 인한 ESS 시장의 구조적 성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ESS 매출 원가의 50%가량을 차지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점도 보탬이 되고 있다.
18일 각 사 발표를 종합하면, 서진시스템은 지난 3분기 매출 3118억원, 영업이익 3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배 가까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10배 가까이 증가하며 큰 폭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증권가에선 ESS 사업 성장세가 지속되며 4분기엔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3분기까지 누적 기준 9494억원으로 작년 연간 매출(7787억원)을 돌파한 서진시스템은 올해 매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올해 서진시스템의 매출 전망치는 약 1조3500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도 1585억원으로 작년(490억원)의 3배를 웃돌 전망이다.
통신장비(매출 비중 9.1%, 3분기 기준)로 사업을 본격화한 서진시스템은 반도체 장비(13.9%), 전기차·배터리 부품(9.4%), ESS 부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으며, 이 중 ESS가 전체 매출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고객사 주문에 따라 배터리를 제외한 ESS 케이스, 패널, 통신선, 각종 기자재 등 모든 것을 만든다. 이를 에이스엔지니어링을 통해 글로벌 1위 ESS 업체 플루언스(Fluence)를 비롯, 포윈(Powin) 등에 납품하고 있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한중엔시에스도 ESS 사업에 힘입어 3분기 매출 47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 40% 정도였던 ESS 부품 매출 비중이 3분기 55.9%로 올라간 것이 주효했다.
199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초기에만 해도 자동차 부품 사업을 주로 해 왔으나, 2021년 ESS 제조업으로 주 업종을 변경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ESS 분야에서 전기에너지의 충·방전으로 발생한 열량을 냉각·제어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수냉식 냉각시스템을 개발해 관련 부품을 삼성SDI(006400) 등에 공급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수요는 2017년 19.5기가와트시(GWh)에서 2025년 121GWh로 8년 만에 6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ESS의 경우는 같은 기간 4.5GWh 규모에서 77.6GWh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