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한국 시장을 내려놓을 각오가 필요합니다. 삼성전자(005930)에서 10억원을 줄 테니까 뭘 좀 개발해 달라고 해도 거절할 수 있어야 하죠.”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공지능(AI) 통합 플랫폼 운영사 베슬에이아이(VESSL AI)의 안재만 대표는 1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종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4′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매년 주최하는 행사다. 실리콘밸리 등 미국 각지에서 활약하는 창업가, 투자자, 현업자들이 모여 현지 인사이트를 국내 스타트업계와 공유하는 자리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200여명이 참석했다.
안 대표는 “한국에서 만든 제품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기업 고객(B2B)은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형 제품을 제로(0)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투자자들은 결국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원한다”면서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커질 수 있는가가 핵심이기 때문에 현지화가 필수다”라고 덧붙였다.
북미 최초로 드론을 활용, 물류창고 재고관리를 자동화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비거라지(B GARAGE) 김영준 대표도 현지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선 것을 현재까지 생존할 수 있는 비결로 꼽았다.
김 대표는 “물류업계는 사람을 구하고 유지하기가 어려워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 특히 미국에선 사람 부족으로 물류 창고 내 재고 오차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비거라지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이 없는 환경에서도 카메라 기반으로 실내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로 이를 풀어냈다. 김 대표는 “실내 비행 기술 장벽을 넘은 회사가 우리를 포함, 스위스 업체 등 소수만 남아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노동력 수급이 어렵고, 물류비, 인건비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 남미, 중동 등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실리콘밸리 오피스를 두고 활동 중인 화상영어 서비스 링글의 이성파 공동대표는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감’과 ‘끈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링글의 2000명 이상의 튜터(강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 주요 대학에서 전단지를 수십장 뿌리며 영업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이 대표는 “아무도 오지 않아 한 명이라도 붙잡아 설명하며 인맥을 확장해 나갔다”며 “미국에서 창업한다는 건 불완전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이다. 여기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