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나는 야채에만 국한됐던 비건(vegan·채소, 과일 같은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푸드를 바다의 채소인 해조류로 확장시키고 싶다. 우리가 내년 해조류 브랜드를 론칭하려는 이유다.”

비건푸드 제조 스타트업 ‘바로’ 창업자인 이원정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2021년 2월 설립된 바로는 닭이 아닌 버섯으로 만든 비건 삼계탕 등 국내 최초 비건 밀키트를 출시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완도에서 생산한 친환경 톳, 다시마로 채수를 우려서 바다의 향이 나는 육수, 우동 밀키트를 판매해왔다. 현재 바로는 내년 해조류를 활용한 프리미엄 블루푸드 출시를 목표로 제품과 브랜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원정 바로 대표

식품업계에서 해조류인 블루푸드는 시장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MARC그룹에 따르면 해조류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83억달러로, 2032년 178억달러까지 연평균 8.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국내 비건 시장에서 유명인으로 꼽힌다. 대학 입학 후 비건을 한 그는 대학 4학년 때 바로를 창업하고 국내 대기업은 물론 대학교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학생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비거니즘, 먹을거리 생태 전환 등을 강의했다. 이 대표가 ‘비건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생긴 배경이다. 이 대표는 “비건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과 어떻게 비건푸드를 만드는지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 환경 변화 등을 교육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 대표가 최근 블루푸드인 해조류 제품 개발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채식주의자를 먼저 강조하고 이들이 먹을 수 있는 비건 제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일반 소비자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비건이든 비건이 아니든 상관없이 모두가 건강에 좋고 맛있는 제품을 먹을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하기로 했고, 그게 해조류를 활용한 블루푸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의 인기 수출 제품인 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은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난 재료다. 바로는 내년 초 김 스낵과 김 소스, 시즈닝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김이 들어간 비건 크림 소스, 페스토 등을 개발,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깃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이다. 이 대표는 “김은 한국에서는 밥 반찬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게 어려울 것 같아 신제품을 해외 소비자에 맞춰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뿐만 아니라 미역, 톳 등 해조류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영양소를 극대화하고, 색과 형태를 혁신하는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해조류를 트렌디한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K푸드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는 우선 미국과 유럽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미국에 바로 ‘교자 마라 떡볶이’를 수출하면서 판로를 뚫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해조류 신제품도 미국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로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음식)을 조리하는 방법, 비건·블루푸드 제품에 담긴 의미까지 전달하는 다양한 문화, 전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조류에 거부감이 있는 어린이들이 있는데, 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같이 열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한 “향후 뷰티나 웰니스 전 분야에 걸친 제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수업을 운영해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