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반창고 ‘대일밴드’로 유명한 대일인터내셔널하스피탈리티그룹(이하 대일인터내셔널)이 내달 문을 여는 정부 소유 4성급 리조트호텔 ‘해남126 오시아노’의 위탁 경영을 맡는다. 글로벌 하얏트호텔그룹이 이 호텔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직원들과 고객들의 안전 문제가 있다는 점을 문제 삼자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해남126 오시아노 호텔은 현재 햐얏트호텔그룹과 위탁 경영 계약을 맺은 상황이라, 추후 이 호텔 운영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가 소유한 전라남도 해남 소재의 ‘해남126 오시아노’ 호텔은 위탁경영을 대일인터내셔널에 맡기고 오는 11월 개관한다. 전남 해남군 화원면 오시아노관광단지 내에 들어선 이 호텔은 연면적 약 9400㎡(약 2843평),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관광공사가 약 400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개발했다. 해남 지역 관광 개발을 위해서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22년 2월 해남126 오시아노 호텔 공사에 들어갔고, 2023년 5월 호텔 운영사업자(책임임차)로 국내 IT 기업 이지스를 선정했다. 이지스는 3차원(3D) 공간정보 엔진 기술 전문기업으로, 자사 IT 기술을 호텔업에 접목하는 등 비즈니스 확장 차원에서 호텔업에 뛰어들었다. 두 달 후인 7월 이지스는 하얏트호텔그룹과 이 호텔 위탁 경영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하얏트호텔은 5층 건물인 이 호텔의 1~3층에 핵심 소방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호텔 지하 1층은 주차장과 직원 휴게실 등이 들어서고, 1층에는 연회장, 식당 등 편의·부대시설이, 2층부터 5층까지는 객실로 운영된다.
이후 하얏트호텔은 한국관광공사에 호텔 전층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요청했지만, 관광공사가 거부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하얏트호텔은 스프링클러가 층별로 부분 설치된 상황에선 호텔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얏트호텔에 위탁 경영을 맡기는 게 어려워지자, 이지스는 대일인터내셔널을 새로운 위탁 경영 사업자로 선정했다. 지난해 11월 호텔 건축 공사 완료 후 매월 건물 관리, 직원 급여 등으로 비용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목표로 한 오는 11월 호텔을 개장하지 못하면 손해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대일인터내셔널은 일회용 반창고로 통칭되는 대일밴드를 생산하는 대일화학공업의 계열사다. 대일화학공업 창업주 박대식 회장의 딸인 박진성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대일인터내셔널은 현재 서울대 시흥캠퍼스 연수동&컨벤션센터, 베스트웨스턴 호텔 세종, 호텔스퀘어 안산, 부산 라마다앙코르 해운대호텔, 전북 웨스턴라이프호텔 익산 등을 위탁 경영하고 있다.
이지스는 앞서 하얏트호텔과의 계약으로 인한 문제를 보완하는 차원으로, 대일인터내셜과의 계약에 ‘한국관광공사가 추가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하얏트호텔이 다시 호텔을 운영하기로 한다면 대일인터내셜과의 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한국관광공사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하얏트호텔이 다시 이 호텔의 위탁 경영을 맡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추후 하얏트호텔의 위탁 경영 계약 해지로 인한 하얏트호텔과 한국관광공사 또는 이지스와의 법적 분쟁도 예상된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대표 변호사는 “이중 계약으로 계약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계약 해지의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면밀히 따져봐야겠지만 위약금, 손해배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