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해외에 무작정 나가 지사를 내고 네트워킹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해외 바이어 입장에선 물건의 품질, 가격도 중요하지만 (이를 제때 공급할 수 있는) 납기도 중요하다. 이미 자리 잡은 한인 경제인과 손잡고 적기에 물건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해외 파트너를 만들 필요가 있다."
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장은 9일 해비치호텔 제주에서 전국 중소기업인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2일 차 '중소기업 글로벌화 대토론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리더스포럼은 중기중앙회가 오는 11일까지 나흘간 '중소기업과 함께, 세계로! 미래로!'를 주제로 중소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갈 방안을 설계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10년 이전까진 대기업이 전 세계 시장에 침투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이를 발판으로 한국 중소기업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야 하는 시기"라면서 "다양한 지원 사업 중인 세계한인무역협회가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적절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최우각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도 "국내 생산만 고집하면 답이 없다"면서 "30년 전 설립한 정밀부품회사(대성하이텍(129920))도 수출 가격 경쟁력을 위해 10년 전 일본 기업을 인수하고 중국의 합작법인을 만들었으며, 베트남 법인, 독일 지사 등을 만들었다. 생산, 영업, 마케팅 현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대토론회에는 세계한인무역협회를 포함해 730만 재외동포를 대표하는 3대 한상(韓商) 단체인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세계한인회총연합회도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고상구 세계한인회총연합회장은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해외에 진출해서 그 나라의 문화와 환경, 사회적 분위기를 익혀서 거리감을 좁혀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와 금융, 기업이 원팀이 되어 그 간극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했다.
오동윤 동아대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도 '협업'을 강조했다. 그는 "개별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는 쉽지 않은 과제인 만큼 기능별로 연계한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나가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중고차 수출과 함께 자동차 부품, 정비가 '하나의 기업'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정부가 나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알려줄 것을 원한다고 했다. 주무 부처뿐 아니라 여러 관계기관이 힘을 합쳐 중소기업 제품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홍보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영상 축사를 통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흐름 속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인공지능(AI), 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은 우리 중소기업들에도 민첩한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9만개 수준에서 정체해 있는 우리 수출 중소기업 수를 늘리기 위해 수출 국가·품목을 다변화하고, 대내외 경기 변동에 강한 수출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오 장관은 이어 "2012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된 (K뷰티 기업) 마녀공장이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며 "과감한 도전으로 미국 아마존과 손잡은 데 이어 일본, 유럽 등으로 시장을 넓혀나간 결과다. 제2, 제3의 마녀공장을 만들 수 있도록 글로벌 대기업, 관계 부처와 힘쓰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