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소고기’를 내세워 지난해 855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축산물 가공·판매 업체 뉴월드통상이 판매 제품에 호주산, 미국산, 뉴질랜드산 등의 수입고기를 상당량 섞어 파는 정황이 확인됐다.

뉴월드통상은 원재료인 소고기를 사다가 이를 갈비탕, LA갈비, 불고기 등으로 제조해 공영홈쇼핑 등에 납품하는 곳이다.

뉴월드통상은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젖소(유우·乳牛) 불고기를 1등급 한우로 판매해 질타를 받았던 곳이기도 해 파장이 예상된다. 국내산 소 품종을 둔갑한 것에서 나아가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 것이기 때문이다.

젖소 불고기 건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은 최근 중징계 처분을 받았고, 뉴월드통상 측에 9월 중순 거래 종료를 통보했다. 9월 말 방송을 끝으로 뉴월드통상을 사실상 퇴출시킨 것이다. 뉴월드통상은 공영홈쇼핑이 주력 판매처여서 이에 불복,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 국내산 주력으로 판다는데… 수입육 구매가 전체 80% 육박

사진은 지난 8월 뉴월드통상이 '추석 특수'를 노리고 공영홈쇼핑을 통해 판매한 제품 사진. /뉴월드통상

30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뉴월드통상은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소고기 수입육 1549톤(t), 국내산 410t을 각각 구입했다. 전체 원재료 구매량 1959t 가운데 수입육 비중이 전체 79%를 차지한다. 국내산은 21%에 그쳤고, 이마저도 육우가 극소량, 대부분은 젖소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기간 뉴월드통상이 실제 판매한 제품 수량 대비 필요한 원육량은 약 1867t으로 추산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얼추 맞아떨어지는 수치다.

수량 기준으로 보면, 같은 기간 뉴월드통상은 관련 제품 746만개를 공영홈쇼핑에 판매했다. 전체 판매량(888만개) 가운데 84%를 차지한다. K쇼핑(108만개·12%), 비엠코르(27만개·3%)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한 축산물 가공업계 관계자는 “통상 원재료 구매와 가공·판매까지 시차가 있긴 하지만, 뉴월드통상의 제품은 판매가 잘 되기 때문에 입고 후 공정을 마친 뒤 거의 바로바로 출고가 되는 것으로 안다”며 “공영홈쇼핑으로는 100% 국내산 소고기만 판매해야 하고 700만개 이상을 납품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량 구매한 수입육을 국내산으로 위장해 판매한 정황이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뉴월드통상은 자사 궁중갈비탕, 뼈 없는 갈비탕, 갈빗살 불고기, 도가니탕, LA 갈비 등에 원산지 표기와는 다르게 수입육을 대거 넣어 생산한 것으로 알려진다.

예를 들어 도가니탕에는 도가니와 유사한 맛을 내는 스지를 구입해다가 넣었는데, 국산 스지가 아니라 제품에 따라 미국산, 호주산, 캐나다산 등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갈비탕이나 갈빗살 불고기에는 국산 갈빗살 대신 수입산 안창살·토시살을, 국내산 육우로만 엄선해서 만들었다는 LA갈비에는 미국산 척갈비를 넣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등은 제조사가 제공하는 거래 내역서, 도축검사증명서 등 서류와 현장 실사 등을 통해 원산지를 확인한다”면서 “DNA 검사만으로 원산지나 고기 등급을 100% 판명하기 어려운 점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뉴월드통상 “공영홈쇼핑 납품은 100% 국내산”

뉴월드통상이 지난 28일 공영홈쇼핑을 통해 판매한 갈비탕의 원산지 표기 내용. 국내산 소갈비 24.71%를 함유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공영홈쇼핑 캡처

원산지 표시는 제조 위치와 무관하게 원재료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표시하도록 돼 있다. 섞어 쓸 경우엔 가장 많이 섞은 두 가지를 혼합 비율과 함께 나란히 게재해야 한다. 스페인산 50%, 국내산 20%와 같은 식이다. 원산지표시법에 따라 이를 표시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원산지를 거짓 표시한다면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을 각각 물 수 있다.

법조계에선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가능성도 들고 있다.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사실일 경우 식품 등의 표시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소비자 기만 광고로 보인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판매 중지 및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제재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뉴월드통상 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주력 납품처인 공영홈쇼핑에는 100% 국내산만 납품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김병형 회장은 “뉴월드통상은 공영홈쇼핑 납품을 통해 매출 70%를 올리고 있다”며 “K쇼핑(KT알파 운영 홈쇼핑) 등에 일부 납품하는 물량은 수입산을 쓰는 데다 현재 2개 공장 중 1곳은 햄버거 패티 공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저렴한 수입 고기 10t을 들여와 시운전 중이어서 수입산을 섞어 판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