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 이어 애니메이션, 게임 그리고 버추얼 아이돌까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아티스트를 활용한 지식재산권(IP) 콘텐츠 전략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엔터사의 IP 전략은 바쁜 인기 아이돌이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그들의 IP를 다각도로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최근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엔터사에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하이브, 아티스트 IP 기반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

하이브(352820)는 웹툰에 이어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섰다. 하이브는 지난 19일 소속 아티스트 ‘엔하이픈’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다크 문은 하이브가 네이버웹툰에서 202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연재한 웹툰이다.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IP를 기반으로 한 일곱 뱀파이어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적 조회수 1억9000만여회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이브는 이 웹툰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제작은 일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애니플렉스가 맡는다. 하이브가 기획하고 제작한 아티스트 기반 스토리 IP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애니플렉스는 16일 다크 문의 애니메이션 티저 이미지와 타이틀 로고, 영상을 공개했다.

보이 그룹 엔하이픈 IP를 기반으로 제작하는 ‘다크 문: 달의 제단’ 애니메이션 티저. /하이브 제공

그동안 하이브는 BTS(세븐 페이츠: 착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별을 쫓는 소년들) 등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기반으로 웹툰을 제작하며 콘텐츠 사업을 펼쳤다. 여기에 K팝 팬과 비슷한 연령대인 MZ세대가 즐기는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더했다.

다크 문 애니메이션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한국과 일본 등 전 세계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하이브는 다른 인기 아티스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다른 장르,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제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M 아이돌을 게임으로 즐긴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는 소속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이를 위해 SM은 카카오의 게임 계열사 카카오게임즈와 손을 잡았다. 지난 4월에는 카카오게임즈와 IP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SM에는 에스파, 레드벨벳, NCT드림, 라이즈 등 다양한 아이돌 그룹이 소속돼 있다. SM은 이 아티스트들의 IP를 바탕으로 카카오게임즈와 모바일 게임 ‘SM 게임 스테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시가 목표다.

SM 게임 스테이션의 특징은 유저들이 SM 소속 아티스트의 매니저로서 그들의 패션을 꾸미고 음악 활동 콘셉트를 기획하는 등 아티스트를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던 음악(아이돌)이 이제는 팬이 게임상에서 직접 플레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IP 전략 최적화…버추얼 아티스트의 등장

SM의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 /SM 제공
그래픽=정서희

엔터사의 IP 전략은 가상의 아티스트로 확장하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을 만들고 육성해 이들의 IP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사업에 나서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적용해 제작하는 버추얼 아티스트는 실제 아티스트보다 IP 확장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게임 등 다양한 IP 사업에 캐릭터를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고, 열애설 등 사생활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SM은 지난 10일 회사 첫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의 싱글 던(Done)을 발표했다. 나이비스는 여러 명의 성우 목소리를 조합, AI 보이스, 가상현실(VR) 기술 등을 적용해 노래하고 춤춘다. 나이비스는 음원 발매와 함께 음악뿐 아니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버추얼 아이돌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GII)은 버추얼 아이돌·유튜버 시장이 지난해 10억8279만달러에서 2029년 40억4433만달러(약 5조37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창완 세종대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 교수는 “국내 엔터 업계에 아이돌을 양성하는 시스템은 이미 잘 구축됐다”며 “이제 이들의 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IP를 활용한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으로 새로운 엔터 생태계를 만드는 시험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