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칼로리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미국 ‘헤일로탑(HALO TOP)’이 한국 사업을 철수했다.

헤일로탑의 국내 유통·판매를 맡은 식품업체 동서(026960)는 3일 “헤일로탑의 한국 사업을 지난 7월 종료했다”고 밝혔다. 헤일로탑이 2019년 7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약 5년 만의 철수다.

동서가 국내에 선보인 미국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헤일로탑'.

헤일로탑은 2017년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열풍을 일으키며 한때 하겐다즈를 누르고 미국 파인트(박스형) 아이스크림 시장 1위에 오른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이에 힘입어 2019년 동서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하며 아이스크림 판매에 나섰다.

헤일로탑은 사업 초기 미국 현지에서 아이스크림을 생산해 한국으로 공수했다. 하지만 운송비 문제로 아이스크림 가격을 낮추는 게 어려워, 국내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에버스톤에 생산을 위탁했다. 동서가 유통·판매, 에버스톤이 위탁 생산하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 7월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현재 국내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헤일로탑의 제품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아이스크림 업계 일각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유(原乳) 가격 상승으로 유제품 가격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여파로 헤일로탑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19.1%)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과 비교하면 2.8배 수준이다.

이에 헤일로탑은 올해 초 국내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7%가량 인상한 바 있다. 당시 동서는 “원유뿐만 아니라 기타 부자재 가격이 인상된 상황 속 결정”이라며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판매 부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할인점 등장으로 인해 저가 중심 시장으로 가면서 약 1만3000원(473ml 기준)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헤일로탑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파인트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도 하겐다즈, 배스킨라빈스 등에 밀려 입지가 좁아졌다.

아이스크림업계 한 관계자는 “살이 덜 찌는 건강한 아이스크림으로 유명세를 탔던 헤일로탑이 국내 시장에서 가격에 밀려 철수했다”며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 원유 가격 상승 등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