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은 일반 청년 창업기업을 발굴해 시내 대학 자원으로 지원하는 데 집중해 왔어요. 이젠 재학생, 졸업생, 교수 등 대학 내 창업 지원에 집중하고, 내년부턴 창업 교육 확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 서소문 제2청사에서 만난 김정묵 서울시 경제실 대학협력과 대학협력정책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올해 8년 차를 맞은 캠퍼스타운은 서울시와 대학이 손잡고 청년 창업기업을 발굴, 육성하고(창업형) 지역 상생 프로그램 운영(단위형)을 통해 대학 인근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김정묵 서울시 대학협력정책팀장은 "캠퍼스타운 사업에서 향후 3년간 교내 창업 비중을 전체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조인원 기자

현재까지 서울 소재 대학 39개가 참여했고, 대학 내 캠퍼스타운 창업지원시설이 5만7626㎡(약 1만7000평) 규모로 마련됐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8년간 240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2300여팀, 9400명(누적) 예비·초기 기업이 발굴됐다.

서울시는 외부 창업가를 대학 자원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 교내 창업가를 적극 육성하고, 3년 내 이들의 비중을 전체 절반가량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내년부턴 창업 교육 과정부터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해 서울시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캠퍼스타운 사업을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는 ‘대학’ ‘청년’ ‘지역’ 세 가지다. 대학별로 서울 전역에 분포돼 있는 140여개 창업 지원 시설을 활용해 창업 기업에 입주 공간을 제공하고, 투자 유치, 멘토링·컨설팅, 판로 개척, 글로벌 진출 등을 지원해 이들의 신속한 성장을 돕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 평가기관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이 최근 발표한 ‘창업하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서울은 전 세계 300개 도시 중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최고 순위다. 2030년까지 톱5의 도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창업 초기 기업을 육성해 생태계를 확대하고 이것이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 성과가 궁금한데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면.

“캠퍼스타운 입주 기업들은 지난해 1273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투자는 372억 원을 유치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 기간 이들이 출원한 지적재산권(IP)은 1477건이다.

사업 8년 차를 맞으면서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받는 기업도 배출되기 시작됐다. 올해도 아이디어오션(서울대), 루아랩(한양대), 휴로틱스(중앙대) 등 3곳이 혁신상을 받았다. 모두 교내 인적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 사업 아이템을 발전시킨 기업이다. 햄버거 조리 로봇을 만드는 ‘에니아이’는 올해 1200만 달러(약 157억 원) 규모의 글로벌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저력을 뽐내기도 했다.”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이 다른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서울시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대학 자원과 연계하는 것이다 보니 서울 전역에 입주 공간이 분포한다는 점이다. 140여개 입주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각 대학이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위치하다 보니 입주 기업들의 만족도가 크다.

다른 지원 프로그램이 일반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 캠퍼스타운은 그중에서도 대학생이나 예비 창업자, 초기 창업자 등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기업에 집중한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대학을 끼고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여러 자원, 프로그램을 연계한다. 각 대학 산학협력단에서도 네트워크, 투자 유치, 판로 개척에 도움을 준다.”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 창업 지원은 어느 정도 되나.

“예를 들어 고려대 입주기업이라면, 꼭 고대생이 아니어도 된다. 다만 작년부턴 교내 창업을 밀착 지원해 육성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이 좀 바뀌었다. 교내 창업은 재학생, 졸업생뿐만 아니라 교수, 교원, 외국인 유학생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이 비중은 현재 약 15% 정도인데, 향후 3년 내에 이 비율을 40~50% 정도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대학 중심의 캠퍼스타운 사업인 만큼 다른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차별점이 별로 없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숙명여대와 아모레퍼시픽이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용산용문시장의 '용금맥축제' 브랜딩에 참여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단위 사업도 하는 것으로 안다.

“캠퍼스타운이라는 사업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대학 자원을 활용해 지역 동반 성장을 유도하는 지역 활성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일례로 덕성여대에서는 ‘숍인숍 뷰티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내 다문화 가족이나 경력 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헤어·메이크업 등 전문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을 진행해 소외계층의 1인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지역 내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전통시장인 용문시장의 ‘용금맥축제’를 공동 브랜딩하고 점포 메뉴를 개발하는 데 뛰어들고 있다. 이를 통해 전년 대비 시장 방문자가 316% 급증하고, 매출도 122% 증대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된다.

서울시립대는 경계선 지능 청년 직업 역량 개발 프로그램 ‘커피랩’을 운영하며, 바리스타 자격 취득 과정을 지원하고 입주기업인 ‘휘카페’와 협업해 현장 연계형 실습 교육도 제공한다.”

―향후 캠퍼스타운의 사업 방향성이 궁금하다.

“캠퍼스타운 사업은 처음 도시재생 콘셉트로 출발해 청년 창업에 집중한 2.0을 지나 현재 대학 교내 창업에 보다 투자하는 3.0을 맞고 있다.

내년부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가 본격 가동된다. 라이즈는 그간 중앙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던 대학 지원 방식을 지역 주도로 전환해 행정적·재정적 권한을 위임하는 것을 말한다. 인구구조 급변에 따라 지역-대학이 공동 위기 상황에 빠진 만큼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대학을 지역발전의 허브로 육성하는 것이다.

캠퍼스타운은 라이즈 사업 가운데 창업 활성화 과제와 통합된다. 대학생 창업 교육 확산을 위해 창업 인재 학위과정(창업 교과목, 창업 친화 학사 제도) 및 창업 특강·동아리 지원 등을 신규 추진해 대학생 때부터 창업 교육을 시작해 예비·초기 기업으로까지 나아가는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