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는 최근 교통 혼잡이 심한 부산시청 앞 스타벅스 사거리를 비롯해 10개 교차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교통예측 시스템을 도입했다.

AI가 스스로 판단해 차가 막히면 녹색 신호를 빨간 신호보다 더 오래 주어 차들이 빨리 빠져나가게 하거나 반대로 차가 없으면 신호를 빨리 바꾸어 주는 식이다.

출근길이 혼잡한 교차로에서 직접 신호를 제어하는 교통 경찰 역할을 AI가 대신 해 교통 체증을 해소하는 셈이다. 제주시도 교통체증이 심한 3개 교차로에 이 시스템을 도입해 실증사업 중이다.

이 시스템은 국내 예측 지능 스타트업 뉴로다임이 개발한 인공지능 교통 흐름제어 모델 ‘아이토반(AITOBAHN)’이다.

뉴로다임은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인 고영남 대표가 2016년 창업했다. 설립 4년만인 2020년 스케일업벤처스 등에서 약 23억 원의 프리A(Pre-A) 투자를 유치했다.

그래픽=손민균

고 대표는 “부산은 신기술 적용에 선도적인 곳으로 교통 기술의 메카”라며 “1년반 정도 설득해 AI 교통 흐름제어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10개 교차로에 아이토반을 설치해 연간 약 14억 원의 경제적 개선 효과를 얻었다”며 “탄소배출 절감, 연비 개선, 시민들이 교통난으로 겪는 스트레스 해소 등은 고려하지 않은 효익”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토반은 전국 1만5000여개 주요 교차로를 타깃으로 한다. 올해 부산, 제주 이외 지역으로 적용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뉴로다임은 지난해 아이토반을 통해 약 1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뉴로다임은 아이토반에 적용된 AI 예측 기술을 웰니스(Wellness) 분야에 적용, 올 하반기 서비스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웰니스 분야에 적용되는 AI 플랫폼은 ‘아이테논(AITHENON)’이다.

원래 아이테논은 질병 예측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개발, 국내 유명 병원들과의 임상시험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 일정이 늦어지면서 웰니스(Wellness) 분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지난달 11일 서울 광화문 조선비즈 사무실에서 고 대표를 만났다.

고 대표는 “AI 예측, 분석 기술은 영상 인식 같은 다른 AI 기술과 달리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며 “기술적 해자(독점 기술, 지적 재산으로 얻는 경쟁 우위) 구축이 용이하고 이 기술을 활용해 적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부산·제주 지역 교차로에 AI 예측 기술이 적용됐다. 다른 지자체로 확장 가능성은.

“전국 주요 교차로 1만5000개가 타깃이다. 스마트 제어 예산이 각 광역시마다 상당한데, 이중 경주 등 아이토반을 적용하려는 지자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부산에서 교통 흐름 개선 효과를 검증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아이토반 제어시 평균 19%, 최고 32% 빠르게 목적지까지 도달한다. 2028년까지 서울을 비롯한 전국 750개 교차로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테논은 질병 예측 시스템에서 웰니스 분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나?

“AI 예측 기술은 앞서 설명했듯 기술적 해자 구축이 용이하고 기술 적용 산업 분야가 다양하다. 지난해 건국대병원, 국제성모병원, 세브란스, 인하대병원 등과 아이테논을 활용한 다기관 연구를 진행했다. 의료진이 아이테논에 데이터를 넣으면 질병의 종류에 상관없이 특정 정보를 예측하는 AI 플랫폼이다.

먼저 유방암 항암 치료 적합성 판단 설루션(Solution)의 임상시험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 인증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의료기기는 식약처 인허가 과정이 너무 오래 걸려 인증이 필요없는 웰니스 분야에 적합한 시스템을 우선 개발 중이다.”

―건강검진 분야에 어떻게 AI 기술 예측 모델을 적용할 수 있나?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사보다 정확도가 높은 인공지능 의료 설루션들이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웰니스 분야 진출을 위한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고객들의 건강검진 결과를 AI 시스템에 넣으면 이 데이터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하는 식이다. 병원 입장에선 고도화된 프리미엄 건강검진 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할 수 있다.”

―창업한 지 8년여가 지났다. 그간 이룬 성과는 무엇인가.

“작년 말까지 예측 전용 자체 AI 모델 개발 관련 연구를 모두 끝냈다. 현재 시중에 웰니스 분야에 적합한 예측 전용 AI 모델은 거의 없다. 많은 AI 회사들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만든 AI 모델을 사용하여 각종 설루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건물로 치면 골조, 음식에선 요리법이 AI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는 많지 않다. 시간적 경제적 투자 자원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뉴로다임은 독자적 AI 모델을 만드는 것에 도전해 왔다. 한국형 AI 기술 기반 마련과 예측 기술에 대한 기술적 해자 구축을 위함이다. 지난해부터는 아이토반을 주축으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인공지능 기술 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은.

“올해 하반기부터 아이토반 수출 계획이 잡혀 있다. 동남아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유명 파트너들과 헬스케어 사업에 AI 예측 기술이 내재된 아이테논을 활용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