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성인 교육 기업 ‘데이원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116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흑자 전환했다. 2021년부터 본격 도입한 사내독립기업 CIC(Company In Company) 체제가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한다.

2013년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사내 벤처로 첫 발을 뗀 데이원컴퍼니는 2014년부터 ‘패스트캠퍼스’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했으며 2021년 현재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와 동시에 패스트캠퍼스, 레모네이드, 콜로소, 스노우볼 등 4개의 사업본부를 CIC로 개편하고, 각 본부장을 대표로 승진시켰다. 각 대표에게는 사업 방향 결정부터 전략 수립까지 모든 경영 활동에 자율성을 부여했다. 그 결과 회사는 이듬해인 2022년부터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할 수 있었다.

특히 콜로소 CIC가 해외 매출만 136억원(2023년)을 올리며 전체 실적 성장세를 견인했다는 평을 받는다. 콜로소는 업계 최고 전문가의 노하우를 강의한다. 헤어, 쿠킹, 일러스트레이션(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만나기 힘든 전문가가 이론 대신 경험을 온라인으로 나눈다.

일본·미국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에 힘입어 올해 초에는 글로벌 사이트를 오픈해 영어뿐만 아니라 대만, 스페인어로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총 20여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글로벌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도쿄 마루노우치에 콜로소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기획을 위한 상품 기획자와 마케팅 인력을 두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지난 1일 서울시 강남구 본사에서 이강민 데이원컴퍼니 대표, 김동혁 콜로소 CIC 대표와 만났다. 이 대표는 3년 전 각 사업본부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대기업병(病)’을 막기 위해 CIC 체제를 뒀고 그 성과가 매출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콜로소 CIC는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전사적으로 동기부여가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CIC를 도입한 것이 인상적인데.

이강민(이하 이) ”교육업은 다양하게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다. 수학 등 특정 분야를 가르치는 전문성은 그대로 있지만, 이를 영상으로 할지, 1대 1 방식으로 할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많아지면 모델별로 인적 구성과 필요한 직무,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콜로소가 수강률을 높이겠다고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콜로소는 사람의 노하우를 파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비효율적일 것 같지만, 4개 사업 부문을 매번 조율해 가는 것보다는 훨씬 난도가 낮다.

또 한 가지는 대기업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회사가 커지면서 하나의 사업을 할 때 다른 사업을 계속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테면 콜로소에서 일러스트 분야 강의로 빠르게 사업 확장을 하는데, 패스트캠퍼스에서도 일러스트를 하고 싶어 하니 어느 한쪽에서만 이를 맡도록 조율하는 식이다. 이는 각 사업 부문 대표의 동기부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사업부는 각각 실적을 극대화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그리면 되는 건데 ‘패스트캠퍼스가 한다니까 우리가 손대면 안 돼’라는 식의 이상한 룰이 끼어들 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 사업부를 완전히 분리된 조직으로 만들고, 필요에 따라서 경쟁도 할 수 있을 때 사업 성장 속도가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요즘 기업들은 복합 경제위기에 공통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여기에 성인 교육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기업 교육(B2B) 시장은 일부 타격이 있을 수 있다.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면 기업들은 교육비를 줄일 수밖에 없지 않나. 하지만 개인용(B2C) 시장은 다분히 경기 방어적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자산 수익률이 근로소득을 추월해 자기 계발에 관심이 없을 수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근로소득을 높이는 게 훨씬 더 중요해졌다. 부동산 경매 관련 강의를 예로 들면, 경기가 좋을 때는 ‘부동산 경매로 20억 자산 만들기’ 같은 강의를 찾는다면, 요즘은 ‘부동산 경매로 월급만큼 벌기’ 같은 식의 강의 수요가 있다. B2B의 어려움을 B2C가 메워줄 수 있기 때문에 경기에 대한 영향이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성인교육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더 높은 연봉(조건)을 찾아 좀 더 나은 직장으로 가고 싶다’는 욕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이를 해결하는 방식, 접근법은 제각각이다. 시장이 택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으면 된다.”

─회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패스트캠퍼스 CIC와 콜로소 CIC는 얼핏 비슷해 보이는데.

“타깃은 비슷하지만 업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패스트캠퍼스는 강사 그 자체보다는 지금 시장에서 어떤 교육을 원하는지, 이 교육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잘 기획해서 팔지로 접근하는 회사다. 강사 그 자체보다는 강의의 주제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 콜로소는 전문가(사람)가 가진 노하우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의 이력과 스토리를 내세우게 된다.”

오른쪽부터 이강민(오른쪽) 데이원컴퍼니 대표와 김동혁 콜로소 CIC 대표가 일본 시장 공략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문가들의 전문가를 내세워 어디에도 없는 콘텐츠를 팔고 있다"고 했다.

─일본 시장에서 콜로소가 빠르게 성과를 낸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동혁(이하 김) “콜로소의 경쟁 우위는 다른 업체와 차별적인 강사를 통해 해외로 뿌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K-뷰티나 K-컬처 같은 것부터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 일러스트 같은 주제가 대표적이다. 1년 정도 콘텐츠를 쌓다 보니 해외에서 이를 구매하는 수요를 있었다. 전체 트래픽의 5% 정도가 일본, 미국에서 유입됐다. 우리 콘텐츠는 객단가가 20만원 정도 된다. 비싼 건 100만원대다. 5~10시간 정도의 콘텐츠를 20만원을 주고 살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은데, 수요 역시 이런 곳들에서 나온다는 것이 확인됐다.

일본에 첫 진출할 때는 기존에 있는 콘텐츠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것부터 시작했고, 지난 3월 도쿄 마루노우치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직원을 채용한 이후부터는 현지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를 기획, 마케팅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현지 경쟁자는 없었나.

“일본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학습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교육 프로그램이 초급·중급·고급 식으로 나뉘어 있고, 온라인 교육은 오프라인을 보완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콜로소의 접근 방식은 ‘결과 중심적’이다. 명사의 최고 결과물을 던져 놓고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알려주는 강의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콘텐츠를 풀어내는 서비스가 일본에서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최상급 인재를 지속적으로 영입해야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본판 봉준호 감독’이라 할 수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을 섭외하기 위해 1년을 공들였을 만큼 쉽지 않다. 3개월에 한 번씩 찾아뵙고 기획을 상의해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2018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최우수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분이다.

하지만 명사들은 대부분 1년 이상의 일정이 꽉 차 있고, 미팅조차 잡기가 어렵다. 또 이들은 돈 때문에 강의하진 않는다.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찾아내서 그걸 충족시켜 줘야지만 제안했을 때 성사율이 높아진다.

동시에 어떤 카테고리 강의를 만들 것인지 정하고 100여명을 인터뷰해 강의에 적합한 전문가를 추천받는다. 공통적으로 몇 명으로 추려지는데, 이는 ‘명사들의 명사’, ‘전문가들의 전문가’로 꼽히는 분들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접근법으로 섭외하면 성사 확률이 올라간다.”

─데이원컴퍼니의 고민은 무엇인가.

“시니어 시장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은퇴 이후 다른 일을 해서 소득을 만들기 위해선 교육이 필요하다. 공인중개사나 소방시설관리사, 요양보호사 같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교육이 있지만, 모든 수요가 여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패스트캠퍼스도 콜로소처럼 해외를 타진하고 있다. 콜로소가 원소스 멀티유즈(한 콘텐츠로 여러 사업을 벌이는 것)가 가능하다면, 패스트캠퍼스는 성인교육 시장 10여년의 노하우를 통해 될 만한 흥행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무기다. 이를 들고 나가 현지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기획해 내놓을 수 있다. 한두 달 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