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청 삼신 대표. /삼신 제공

“난소 나이 검사를 통해 여성이 난임 시술을 적기에 받을 수 있다면,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난소 나이 호르몬(AMH) 검사 키트를 개발한 ‘삼신’ 신재청(33)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이렇게 밝혔다. 신 대표는 “한국 여성의 결혼, 출산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며 “나이가 들고 난소 노화가 진행되면 그만큼 출산율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어 “현재 국내에서 매년 20만 명이 난임 진단을 받는데, 이중 15%만이 난임 시술에 성공하고 있다”며 “난소 나이 검사를 받아 여성이 자신의 난소 상태를 정확히 알고 난임 시술을 적기에 받는다면 15%의 난임 시술 성공률을 높여 현재 0.7명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을 1명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신은 신 대표가 지난해 4월 창업한 의료서비스 스타트업이다. 회사명 ‘삼신’은 한국 신화에서 아이의 출산, 수명과 질병 등을 관장하는 신인 삼신할머니에서 따왔다. 신 대표는 창업 전 시골 섬 진료 의사, 역학조사관, 요양병원·피부 클리닉 의사 등으로 근무했다. 그는 결혼 후 아내와 출산에 대한 고민을 하다 의대 재학 시절 배웠던 냉동 난자 시술의 발전과 성장성을 보고 삼신을 창업했다.

삼신은 지난 4월 국내 처음으로 난소 나이 검사 ‘하모니랩 키트’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하모니랩 키트 사용법은 간단하다. 고객이 인터넷으로 키트를 주문, 집에서 손끝 채혈을 통해 혈액 일부를 제공된 키트에 넣고 문밖에 두면 된다. 그러면 삼신이 키트를 수거해 호르몬을 측정하고 난소 상태를 진단해 고객에게 휴대전화 하모니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알려준다.

그 결과 고객은 자신의 난소 나이 등 난소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다. 만약 이상 수치가 측정되면 제휴된 병원으로 연계해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다. 삼신은 현재 전국 상위 난임병원 18곳과 제휴를 맺었다. 지난해에는 고려대병원 난임센터와 임상 연구를 마무리 짓고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삼신의 난소 나이 검사 ‘하모니랩 키트’. /삼신 제공

신 대표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여성은 출산 직전에 난소 나이 검사를 한다”며 “하모니랩 키트를 통해 이 검사 시기를 앞으로 당겨, 자신의 난소 상태를 정확히 알고 출산 계획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하모니랩 키트의 강점은 고객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빠르고 편하게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알려면 보통 2~3주가 걸리는데, 하모니랩 키트를 사용하면 3일이면 된다. 비용도 저렴하다. 병원의 경우 초음파 등 다른 검사도 함께 진행해 20만~3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하모니랩 키트는 난소 검사만 하기 때문에 5만원으로 비용이 저렴하다.

신 대표는 지난 4월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무료 난소 나이 검사를 전국 보건소로 확장한 것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검사를 받으려는 여성 대부분이 직장인이고 이들의 보건소 이용률이 낮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신 대표는 “정부가 난소 나이 검사 키트를 개발·서비스하는 삼신과 같은 의료 기업과 협력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신은 지난 6월 고객의 난임 시술 과정을 보조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 대표는 “보통 2주~3주 동안 난임 시술이 진행된다”며 “시술 과정에서 고객의 70% 정도가 우울감을 겪는데, 이들을 위한 병원 일정 관리, 심리 케어, 후유증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 난임 시술 성공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