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460860)그룹은 지난 3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동국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배창호 전 신한캐피탈 투자금융본부장을 대표로 영입했고, 현재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동국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떠오르는 인공지능(AI)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에 나서는 동시에 철강 본업과 연관된 소재·부품·장비 기업도 발굴해 투자한다.

동국인베스트먼트에는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동국제강에 입사한 장 전무는 인천공장 생산 담당 상무를 거쳐 2022년부터 그룹 핵심인 원자재 구매실장(전무)을 맡고 있다.

장선익(왼쪽) 동국제강 전무와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

기업 오너 2세들이 CVC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신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그룹 미래 성장 전략을 기획하고 있다. 재계에선 “CVC가 오너 2세의 경영 수업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주요 기업들이 전문 벤처캐피털을 두고 보다 빠르고 공격적으로 신기술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그룹 미래 성장을 진두지휘할 오너 2세들이 이런 변화에 맞춰 CVC에서 활약하며 그룹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086520) 이동채 창업주의 장녀 이연수 상무는 에코프로 CVC인 에코프로파트너스에서 투자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20년 에코프로파트너스 출범 당시 투자심사역을 맡았고, 올해 본부장에 올랐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본업인 이차전지와 연관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 성일하이텍, 배터리 진단 장비 업체 민테크, 전기차 방열소재 업체 소울머티리얼 등에 투자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에코프로파트너스가 지난해 말까지 운용한 자금은 총 999억원에 달한다.

그래픽=정서희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준범 미래에셋벤처투자 선임투자심사역도 VC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 심사역은 2022년부터 미래에셋벤처투자 심사역으로 활동 중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국내외 게임, 확장현실(XR), 클라우드 등 분야에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8000만달러(약 1078억원) 규모의 미국 퍼블릭 클라우드 기업 ‘파운드리(Foundry)’ 시리즈A 투자라운드에 참여하며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 투자는 박 심사역이 직접 발굴한 것으로 알려졌고, 미래에셋벤처투자의 투자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파운드리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와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프로그램 핵심 멤버들이 설립한 회사다. 이번 투자라운드는 미국의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캐피탈,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가 주도했고, 미래에셋벤처투자를 비롯해 미국의 레드포인트벤처스, 마이크로소프트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허태홍 GS퓨처스 대표

GS(078930)그룹의 CVC GS퓨처스를 이끄는 허태홍 대표는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차남으로 GS가(家) 4세다. 허 대표는 2012년 GS홈쇼핑 재무회계부에 입사한 후 2014년 벤처투자팀 매니저 등을 거쳐 2020년 GS퓨처스 대표에 올랐다.

허 대표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북미 지역의 신기술과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AI 기업 ‘에이아이파이(AiFi)’, 에너지 빅데이터 분석 기업 ‘오토그리드’, 배터리 관리 시스템 기업 ‘타이탄 어드밴스드 에너지솔루션’ 등에 투자했다.

국내 대표 아웃도어 업체 영원무역(111770)은 2022년 CVC ‘영원무역홀딩스 벤처캐피털(YOH CVC)’을 설립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의 차녀 성래은 부회장이 그룹 미래성장전략부문을 두고 YOH CVC를 이끌고 있다.

성 부회장은 올해 4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룹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YOH CVC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YOH CVC는 미국 폐섬유 재활용 기업 설크(Circ), 핀란드 섬유 폐기물 재활용 업체 IFC 등에 투자했다.

성 부회장은 2002년 영원무역에 합류해 글로벌컴플라이언스·CSR 부문 이사, 영업 및 경영관리총괄 사장 등을 거쳐 2022년 영원무역 부회장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