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방법인 인수합병(M&A)은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의 핵심 요인이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 M&A는 해외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았다."(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스타트업 지원 모임 유니콘팜 대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 온 대기업의 영업력과 생산능력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매출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든다. 스타트업 M&A 활성화는 국가 경제 성장 엔진 역할을 한다."(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국회 스타트업 지원 모임 유니콘팜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기업 혁신을 위한 스타트업 M&A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용선 기자

국회 스타트업 지원 모임 유니콘팜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기업 혁신을 위한 스타트업 M&A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스타트업에 M&A는 기업공개(IPO)와 함께 대표적인 엑시트 방법 중 하나로,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된다. M&A는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의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M&A로 수익을 본 창업가들이 다시 기업을 창업하거나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 핵심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입장에선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혁신에 나서기도 한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 등 해외와 비교해 스타트업 M&A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에 10의 모험자본이 투자됐다고 가정하고 제대로 된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되려면 투자 5년 후 스타트업이 15의 가치를 만들고 이를 위한 M&A 등 회수 시장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은 이런 회수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시장에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사·연구한 결과, 지난해 미국의 스타트업 M&A는 695건이었지만, 한국은 86건에 불과했다. 강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 M&A 시장 규모가 2022년 3조3000억원, 지난해 2조5000억원으로 조사됐다"며 "시장이 5조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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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체 컴투스홀딩스의 이용국 경영고문은 '스타트업 M&A를 통한 중견기업 혁신 사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2000년 설립된 컴투스홀딩스(당시 게임빌)는 2013년 경쟁사였던 컴투스를 인수했고, 2021년에는 미디어 콘텐츠 기업 위지윅스튜디오를 품에 안으며 콘텐츠 시장에 진출하며 고속성장했다. 2012년 1400억원이던 컴투스홀딩스의 매출(컴투스 합산 기준)은 지난해 8800억원으로 528% 증가했다.

이 고문은 "컴투스홀딩스는 사업 초기 내부의 적은 인력으로 소수의 창의적 기획과 신속한 개발로 시장에 대응했다"며 "이후 2010년부터는 외부 게임 개발 스타트업과 새로운 분야(콘텐츠) 기업을 인수하며 현재의 콘텐츠 종합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전문가들의 종합 토론도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미국은 스타트업의 약 26%가 엑시트를 하고, 그중 90%가 M&A를 통한 엑시트"라며 "중요한 건 대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가 인수해 스타트업의 연속 성장을 이어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반면 한국은 연간 기술 스타트업 24만개가 설립되는데, 이 중 M&A 등 엑시트에 나서는 스타트업은 0.1%도 안 된다"고 했다.

국내 비대면 세탁 서비스 시장을 개척한 의식주컴퍼니의 정준모 CFO는 "의식주컴퍼니는 M&A를 진행하며 성장했다"고 했다. 정 CFO는 "머신월드를 인수해 효율적인 세탁공장을 건설하는 노하우를, 크립텍스 인수를 통해 무인 세탁소 운영 설루션을 획득했다"며 "만약 이런 시스템, 설루션을 우리가 처음부터 만들어내고자 했다면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A는 혁신의 속도를 앞당기고,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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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타트업 M&A는 벤처생태계 활성화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 생태계 전반 개방형 혁신의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연구위원은 "스타트업 인수는 창업자와 투자자의 중간 회수 수단으로 연속창업가의 배출과 투자 자금의 환류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회수 창업가는 회수자금을 활용한 재창업 활성화, 투자자 변신을 통한 엔젤투자 및 벤처캐피털(VC) 역량 확대 등 모험자본 생태계 내 다양한 긍정적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역할을 강조했다. 여 부연구위원은 "CVC 투자가 피인수기업에 대한 불확실성 완화 역할을 하고, 좋은 M&A 대상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마켓 센싱(market sensing) 역할을 한다"며 "CVC 투자와 M&A 간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VC가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전략적 도구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임국현 산업통상자원부 중견기업정책과 과장은 스타트업 M&A 활성화를 위한 자금 조달 등 정부의 지원 전략을 설명했다.

임 과장은 "대기업, 중견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해 기술을 개발하고 나아가 스타트업 M&A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자금 조달 및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는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하는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