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 검진, 체형 분석 전문 장비를 만드는 벤처기업 ‘엑스바디’는 국내를 넘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진출을 희망했지만 인증 획득과 바이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지난해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UAE 경제수도 두바이에 개소한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찾았다. GBC는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 주요 교역 거점에서 현지 전문기관과 특성화·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중기부는 현지 인증기관인 걸프틱과 공동으로 엑스바디가 제출한 기술문서를 분석, 현지에서 필요한 인증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위해 부품의 상세 정보와 제품 매뉴얼 업데이트 등을 지원했다. 이 결과 엑스바디는 UAE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ROHS(유해물질인증)를 획득했다. 또 이를 기반으로 현지 의료기관을 고객사로 확보, 지난해 170만달러(약 24억원) 상당의 첫 중동 수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엑스바디의 전신 근골격 검사. 자동관절인식 기술로 옷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90초 안에 검사가 가능하다. /엑스바디 제공

우리 중소·벤처기업의 중동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 분야 장관급 정례 협의체 ‘한-UAE 중소벤처위원회’가 처음으로 신설되고, 재외공관 중심으로 유관기관·민간이 원팀(One-team)이 되어 중소·벤처기업의 수출과 애로를 지원하는 두바이 재외공관 중소기업 지원 협의체가 구축되면서 우리 기업으로선 미지의 영역으로 꼽히던 중동 지역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방문 계기로 체결한 ‘한-UAE 중소기업·스타트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기반으로, 중기부는 양국 기업 간 교류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왔다. UAE 현지 수출상담회 개최,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UP)’의 UAE 사절단 참여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UAE 진출과 현지화 지원을 위한 두바이 GBC를 연 것도 이런 이유다. GBC는 현재 총 15개 기업을 지원해 지난해 기준 중동 지역 수출 583만달러(약 81억원)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2차원(2D)·3차원(3D)으로 모델링하는 웹 기반 플랫폼을 삼성물산(028260),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한국도로공사 등에 시공·안전관리용으로 납품하고 있는 스타트업 ‘엔젤스윙’도 덕을 봤다.

엔젤스윙이 UAE 아부다비에서 진행 중인 알렉 PoC 현장.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3D화했다. /엔젤스윙 제공

2022년 삼성벤처투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뒤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모색해 온 엔젤스윙은 중기부 지원으로 2023년 3월 중동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인 사우디아라비아 ‘비반(BIBAN 2023)’에 참여하고, 사우디 투자부와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회사는 사우디 투자부가 공간을 제공하는 리야드 GBC 지원을 받으며 UAE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는데,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지 최대 국영 건설사인 알렉(ALEC)과 수도 아부다비의 국립역사박물관 건설 프로젝트에 PoC(기술 검증·사업화 테스트) 참여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6월부터 진행 중이다. 올 3분기 중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지선 엔젤스윙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국내에서 하던 주택 공사 현장과 달리 비정형 건축물을 시공하는 곳이다 보니 최신 기술이 집약적으로 쓰이고 있다”며 “중동은 아예 해외 진출 선택지로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중기부의 도움으로 첫 진출 성과를 올리게 됐다”고 했다.

엔젤스윙과 함께 비반에 참여했던 베라텔라랩의 스마트 주차 내비게이션 서비스 ‘워치마일’도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규모 병원, 대형 쇼핑몰 건설·운영 기업의 랜드마크 등에 자사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0월 열리는 UAE 전시회에 참가해 관련 설루션을 현지에서 소개하고 스마트시티 관련 업체·기관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