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멋지다, 연진아!"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속에서 송혜교가 임지연을 향해 박수를 치며 외쳤다. 그 외침 속에는 고등학교 때 끔찍한 학교폭력을 당한 뒤, 복수를 꿈꾼 세월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복수가 성공하기를 시청자들이 한마음으로 바라게 한 가장 큰 공에는 가해자 박연진 역을 맡은 임지연이 있다.
1990년생인 배우 임지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단편영화와 연극무대에서 배우로서 모습을 보이다가, 2011년 영화 '재난영화'로 데뷔했다. 그리고 3년 후 영화 '인간중독'에 주연으로 발탁돼 2014년 가장 강렬한 신예로 주목을 끌었다. '인간중독'에서 그는 대령 김진평과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 종가흔 역을 맡아 배우 송승헌과 농염하고 파격적인 정사 장면을 선보여 '한국의 탕웨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인간중독' 당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임지연은 자신의 꿈을 말했다. "각기 다른 작품에서 전혀 다른 색깔들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다라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듣고 싶어요." 하지만 그 꿈이 이뤄지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이후 영화 '간신'(2015)이 개봉했다. 하지만, 화제를 모은 것은 임지연이 연이은 파격적인 베드씬을 선보였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SBS 드라마 '상류사회'에서도 모습을 비쳤지만,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후 SBS 드라마 '대박', 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웰컴2라이프' 등의 작품을 선보였지만, 호평보다는 물음표가 이어졌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것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서였다. '더 글로리'는 임지연이 처음으로 도전한 악역이었다. 김은숙 작가는 지난해 12월 20일 진행된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임지연의 캐스팅에 대해 "악역을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해서, '내가 망쳐봐야겠다' 싶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심장을 가진 사람이 박연진에 대한 한 줄 표현이었는데, 임지연은 이에 부합하는 인물이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임지연은 처음 도전한 악역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인간중독'에서 한눈에 송승헌을 사로잡았던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심장이 더해졌다. 죄책감 없이 "미친 X이, 놔봐"라며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고, 송혜교의 뺨을 때렸다. 필요하면 가장 적은 천의 옷으로 유혹했고, 별 의미없이 욕망을 채웠다.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을 가진 박연진이 후배를 향해 "어리기만 한 X"이라는 말을 내뱉는 장면은 죄책감이란 것은 없이 학교 폭력을 저지른 박연진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임지연은 "나만이 할 수 있는 박연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박연진에 임했고, 시청자들은 그런 박연진에 분노하면서도, 이를 완성한 임지연에게는 박수를 보냈다. 박연진은 '현모양처'라는 꿈을 노력없이 이뤘지만, 임지연은 고민과 노력을 통해 "전혀 다른 색깔들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꿈을 이뤘다. 임지연의 도전에 "브라보" 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