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3년 만에 그리스 신화 이야기로 돌아왔다. 전작 '오펜하이머'는 핵무기 개발 과정의 비하인드를 넘어 최악의 살상 무기를 만들었다는 죄의식을 담고 있는데, '오디세이' 역시 트로이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의 죄책감과 고뇌가 짙게 깔려 있다. 손에 잡힐 것 같지 않았던 그리스 신화를 땅으로 끌고 내려와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 보면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신들의 분노에 맞서 싸우는 대서사시​를 그린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정수로 꼽히는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스크린에 옮겼다. 모로코, 그리스,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등 실제 로케이션에서 촬영을 진행해 압도적인 스케일을 완성했고, 영화사 최초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오디세이'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IMAX 촬영 신기술이 최초로 적용됐다고. 여기에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샤를리즈 테론 등 할리우드 초호화 배우들이 총출동해 주목을 받고 있다.

원작이자 기원전 8세기에 쓰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서양 문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문학과 예술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일리아스'(트로이 전쟁 10년 전체를 다룬 것)와 함께 서양 문학의 출발점으로도 불린다. 무엇보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 왕국으로 돌아가기까지 10년의 여정을 다룬다. 핵심 스토리와 전개는 대부분 원작을 따라가지만, 놀란 감독은 그리스 신화의 낭만을 조금 걷어내고, 참혹한 전쟁을 겪은 주인공의 내면과 심리를 깊게 파고 든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목마의 계략을 세운 천재 지략가로 주변의 존경을 받지만, 동시에 잔혹한 살육의 현장에서 인간적인 갈등을 느낀다. 전쟁이 끝났다는 의미로 선물한 '트로이 목마'에 병사들을 숨긴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살해되는 사람들을 목격하곤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의 동요를 겪는다. 전쟁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만, 복잡한 심경을 억누르면서 귀향길에 오르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오디세우스와 병사들은 식량을 얻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귀향선을 타고 수많은 섬을 거치는데, 동굴에서 외눈박이 거인을 만나고, 마녀의 유혹에 빠지고, 전쟁 중 사망한 병사들의 망령과 마주한다. 영화 내내 땅에 발을 붙이고 있던 스토리가 유일하게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했다는 게 실감 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극의 중심을 잡는 맷 데이먼을 비롯해 앤 해서웨이(왕비 페넬로페 역), 톰 홀랜드(왕자 텔레마코스 역), 샤를리즈 테론(칼립소 역)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답게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에서 1인 2역의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로버트 패틴슨은 비열한 악역이자 왕위를 노리는 안티노오스로 이미지를 변신했고, 젠데이아는 극도로 대사가 적었지만 표정만으로 신비감을 극대화했다. 결말에서 진짜 정체가 드러나는데 굉장히 놀랍다. 또한 성전환 수술로 화제를 모은 엘리엇 페이지는 짧은 분량임에도 병사 시논으로 큰 인상을 남겼다. 

'제로 CG'를 추구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오디세이'에서도 CG를 최대한 줄이고 현실감 있는 화면과 연출을 구현했다. '거인vs인간'의 결투신에서 2m가 넘는 남성과 137cm의 여성 스턴트를 캐스팅해 촬영한 사실이 공개됐고, 해당 스턴트가 맷 데이먼 역할을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총 91일간의 촬영 기간 동안 약 640km에 달하는 필름을 사용해 특유의 치밀한 연출과 압도적인 제작 규모가 기대되고 있다. 

'오디세이'는 스펙터클한 전쟁 영화나 흔한 영웅담이 아니다. 다만, 한 신, 한 신, 쌓아 올린 서사는 마지막 1시간을 남겨두고 톱니바퀴처럼 엮이면서 최대치의 클라이맥스를 폭발시킨다. 한국 관객들이 가장 신뢰하고 사랑하는 할리우드 감독,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를 사랑하게 될 거다.

8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72분.<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OSEN=하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