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네 발로 기어다니다 몇 분 만에 두 발로 뛰고, 단 몇 시간 만에 사람을 속이는 지경에 이른다. '군체' 속 좀비들의 얘기다. 연상호 감독이 AI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완성시킨 좀비 떼는 '집단지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이제는 사람마저 뛰어넘는다. 연니버스에서는 이 모든 게 가능하다. 

'군체'(감독 연상호,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와우포인트(WOWPOINT)·스마일게이트, 공동제작 미드나잇스튜디오)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좀비 장르의 새로운 진화를 예고하는 동시에, 기존의 좀비와는 다른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알린다.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상영 직후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해외 124개국에 선판매되며 개봉 전부터 글로벌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둥우리 빌딩에 생화학 테러가 발생해 나라가 발칵 뒤집히고, 알고 보니 천재 생물학자 서영철(구교환 분)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같은 시각 해당 빌딩에 있던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 분)은 전 남편 한규성(고수 분)과 고립되고, 네 발로 기어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하는 감염자들이 폭증한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두 사람은 보안팀 직원 최현석(지창욱 분), 현석의 누나이자 하반신 장애인 최현희(김신록 분), 경찰, 고등학생 등을 만나 급하게 몸을 숨긴다. 이때 경찰로부터 용의자 서영철이 유일한 백신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고, 그를 잡아야 봉쇄된 건물에서 구출될 수 있다는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서영철을 찾기 위해서는 감염자들을 지나 3층까지 이동해야 하고,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짐승처럼 네 발로 걷던 좀비들은 초반에는 입간판 하나로 쉽게 따돌렸지만, 몇 분 만에 그들끼리 정보를 교류하더니, 진화하고 업데이트를 거쳐 두 발로 뛰기 시작했으며, 어느새 인간을 식별했다. 이어 그들 사이의 집단지성은 점점 발전을 거듭했고, 서영철의 통제와 지시를 받아 일사분란하게 대응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봐왔던 빠른 질주와 기괴하게 꺾이는 몸놀림은 기본이다. 여기에 '인간의 전화 목소리를 몰래 엿듣고, 단체 채팅방 메시지까지 읽고 전달하는 좀비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앞서 소리를 내지 않거나 빛을 차단하면 코앞에 사람도 지나치는 등 기본 설정값에서 보통 '인간 대 좀비'의 싸움은 인간이 우위를 선점했다. 하지만 '군체'는 다르다. 집단지성으로 너무나 똑똑해진 좀비들과 이에 맞서는 인간의 혈투가 곳곳에 담겨 있다. '부산행'이 물리적인 사투에 집중했다면, '군체'는 좀비의 원인을 파악하고 제거하는 과정에 더 가깝다. AI와 개미의 특성을 결합해 탄생한 역사상 가장 영리한 좀비인 셈이다. 

사실 명작 '부산행' 이후 지난 10년간 국내 관객들은 수많은 좀비물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장르적 공식과 한계를 체감했다. '좀비물에서 더 이상 새로울 게 있을까?'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그럼에도 연상호 감독은 끊임없는 변주와 시도 더하며 한층 진화한 '군체'를 만들어냈다. 

연상호 감독은 이전 작품에서 좀비의 움직임을 표현할 때 브레이크 댄서나 스턴트 맨들과 작업했는데, '군체'는 추상적인 개념을 몸으로 표현하는 어려운 작업이라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현대무용 팀을 투입했다고. 그 결과 좀비 떼의 몸짓은 상상 이상으로 무섭고 섬뜩하다.

과거 '부산행'은 1,100만을 돌파하고도 한국식 신파로 일부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군체'는 냉정하리만큼 가차 없다. 오히려 "휴머니즘을 조금만 넣어주지.."라는 소리가 나올지도. 연니버스에 탑승한 전지현, 페르소나 구교환 등 배우들은 흠잡을 곳 없이 무난하게 조화를 이룬다.

5월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22분.<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

[OSEN=하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