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죽겠다 싶더라고요", "도저히 못하겠어요".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결국 해냈다. 류승완 감독 본인에게 가장 순수한 영화적인 형태 '액션'을 '휴민트'의 배우 조인성과 박정민이 열정적으로 완성해냈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 제공/배급 NEW, 제작 외유내강)가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영화가 끝난 뒤에야 숨을 편히 쉴 정도로 2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액션이 시원한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덕분이다.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휴민트'는 국정원 블랙 요원 조 과장(조인성)을 중심으로 사람을 통한 정보 활동을 담아낸다. 극 중 사람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북한발 마약, 인신매매 정황이 국제 범죄로 비화되는 가운데, 인적 증거에서 물적 증거까지 포착해내려는 조 과장과 이를 막으려는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분)의 이합집산이 액션을 통해 박진감을 선사한다.
본격적인 액션 장면은 작품이 중반부를 넘어가는 1시간 이후에야 등장하지만 조 과장과 박건은 등장부터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한다. 조인성은 처음으로 정보원을 잃는 사건에서 1대 다 액션을 소화하며 권총 액션을 펼치고, 박정민은 다트판으로 인신매매 브로커를 옭아매며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내며 등장한다.
캐릭터 설정을 흡입력 있게 보여주는 장치들이지만 강도 높은 액션에 주연 배우들도 혀를 내둘렀다. 조인성은 "이러다 영화 찍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라고 털어놨고, 박정민은 영화 '파수꾼'부터 호흡을 맞췄던 '휴민트' 조감독에게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을 정도라고.
이 가운데 류승완 감독의 고민도 깊었다. "액션 만들 때 힘들다. 육체적으로 찍어야 하는 분량이 드라마 만드는 것과 다르고, 위험하니까 사람이 다칠까 봐 조심스럽다"라는 것. 그럼에도 그는 "액션 영화라는 건 여전히 저한테는 가장 순수한 영화적인 형태"라며 '휴민트' 속 액션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렇게 완성된 후반부 조 과장과 박건의 동반 액션은 과거 홍콩 누아르의 향수까지 선사하며 전율을 자아낸다. 약 20분 가량 이어지는 대규모 액션 시퀀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대사 한 마디 없이도 긴장감을 자아낸다. 생존을 건 구출과 탈출이라는 구성 자체가 주는 긴장감도 있긴 하다. 그러나 기둥이나 난간, 방탄유리, 심지어 사람까지 사이에 두고 살벌하게 주고받는 총격전이 단계적으로 쉴틈없이 오가며 구성을 뛰어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총탄 소리와 흐릿한 시야를 집중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명으로 만들어낸 집중력이 관객에게 더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류승완 감독은 "정말 순수한 소리와 빛으로만 이뤄져서 꾸며내는 게 여전히 판타지다. 그 매력에서 못 벗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호기심이 남아있는 영역이라 그런 것 같다. 누군가 새로운 걸 해내면 나는 왜 저 생각을 못했지? 싶고, 제가 좋아했던 어떤 것도 심취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약간 애같은 심정이 남아있는 영역이라 그런 것 같다"라며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조인성은 실제 태권도 4단 유단자임에도 불구하고 무릎 연골 수술까지 받으며 액션을 소화했단다. 류승완 감독도 현장에서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고. 끝난 뒤에야 비로소 숨을 쉴 수 있는 긴장감이 순수한 액션 그 자체에 대한 매력을 다시금 일깨우는 '휴민트'다. <
[사진] NEW 제공.
[OSEN=연휘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