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가 10년의 세월을 걸쳐 드디어 감독의 손을 떠나 관객들을 만난다.
1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김종수, 김성제 감독 등이 참석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수박·㈜이디오플랜, 공동제작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은 희망 없는 인생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 콜롬비아의 보고타,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밀수시장에 뛰어든 한국인들의 생존기를 그린다. 2020년 해외 로케이션 등 본격적인 첫 촬영을 시작했으나, 팬데믹과 후반 작업을 거치면서 드디어 극장에 걸리게 됐다. 올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공식 초청돼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였다.
드라마 '빈센조'의 마피아 고문 변호사부터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오너일가의 리스트를 관리하는 비서와 회귀한 막내 아들, 그리고 영화 '화란'에서 지독한 현실을 사는 조직의 중간 보스까지,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하는 송중기는 극 중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는 청년 국희로 분해 열연했다. IMF 이후, 가족들과 도망치듯 콜롬비아 보고타로 넘어와 한인 사회의 권력자이자 밀수 시장의 큰손 박병장의 밑에서 일하게 된다. 국희는 한국에 다시 돌아가기 위해 강한 생존력을 보이고, 이로 인해 보고타 한인 사회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인물이다.
송중기는 가장 잘하고 싶었던 점으로 스페인어를 꼽았다. 그는 "스페인어를 잘하려고 노력하고 집중했다. 콜롬비아에서 스페인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대사만 외워서 하는 게 아니고, 시의적절하게 애드리브도 하고 자연스럽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그 부분에 집중했다. 어렵긴 했지만 감사하게도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굉장히 재밌게 느꼈다. 그래서 더욱더 욕심이 났다"고 밝혔다.
이희준은 영화에서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이자 통관 브로커 수영을, 권해효는 보고타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 박병장을, 박지환은 박병장의 조카 작은 박사장을, 조현철은 국희를 견제하는 수영의 후배 재웅을, 김종수는 국희의 아버지 근태를 각각 연기했다.
이희준은 "촬영을 안 할 때나, 휴차는 현지의 리듬을 배우고 싶어서 살사 학원도 다니고, 댄스 학원도 다녔다"며 "그래도 한정된 공간에만 있었는데, 위험할 수도 있어서 안전하게 다녔다"고 밝혔다. 신경 쓴 점에 대해선 "30대부터 40대를 연기했는데, 30대는 체지방 8%에서 40대에는 16%로 조정하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대부분의 배우들이 이 작품만 보고 모두가 '보고타'에 대한 얘기만 했다. '보고타'가 어떻게 좋은 영화가 될지,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권해효는 "우리가 늘 있었던 곳이 6구역이었다. 꽤나 평화로웠다. 숙소에 있기보단 길거리 노천 카페에서 그 사람들의 호흡과 분위기를 느꼈다. 틈만나면 호텔 옥상에 올라가서 태닝을 하기도 했다. 현지 사람들의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했다"고 답했다.
이에 송중기는 "난 거의 매회 차 촬영이라서 거의 일만했다. 촬영이 더 많아서 선배님들만 재밌게 노셨다. 갑자기 부럽다"며 "사실 해외 촬영이 생각지 못한 변수가 많아서 쉽지 않았다. 낯선 환경이라는 것에 집중하기보단 어차피 이 영화가 그곳이 어디가 됐든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한국 사람들끼리의 갈등을 다룬 다는 것에 집중했다. 선배님들과 스태프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 낯선 환경보단 동료들한테 힘을 많이 얻으면서 덕분에 잘 지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속에는 콜롬비아 보고타가 불법 밀수의 천국으로 그려지는데, 실제 존재하는 나라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일부에서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 실화를 담았지만, 수리남 정부가 '마약국 이미지'에 분노하면서 "제작사에 법적 대응하고 한국 정부에도 항의 계획이 있다"고 발끈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성제 감독은 "그런 종류의 구설에 휘말릴까 봐 일부러 조심한 부분은 없다. 다만, 여러분들도 아시는 80년대 본격적으로 활동했던, 포브스지에도 나왔던 마약왕이 보고타에서 죽은 걸로 안다. 이 영화 속에서 설정한 시간이 10년 전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때는 보고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였다. 그리고 영화 속 시대까지도 그런 여진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일종의 장르적 허구를 부리려고 애쓴 건 아니다.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그런 종류의 의도보단 현실적인 소재들, 디테일한 것들을 가지고 서사와 갈등을 다루는 방식에서 범죄적인 요소를 다루려고 했다. 보고타에 있는 현지 프로덕션은 오히려 미국 사람들이 와서 찍는 작품들은 우리보다 더 험한 내용을 만들어서 내가 우려했던 질문에 대해 오히려 되게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송중기는 "내가 조금만 덧붙이자면, 몇 몇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실제 내 장모님이 콜롬비아 분이고, 와이프를 비롯해 가족들도 거기서 많이 살고 있다. 교류를 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조그마한 지식이지만, 예전에는 그런 이미지들을 조금 부끄러워하거나 그 이미지를 거둬내고 싶어서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내가 지낸 콜롬비아는 굉장히 흥이 많고 정이 많고, 음식 맛이 정말 막 미쳤다. 너무 맛있다. 사람들도 정이 많다"며 "옛날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분들의 노력도 봤었다. 그래서 촬영하며 굉장히 즐겁게 지냈던 기억이 많다. 무엇보다 내 가족도 있고 하니까 친근한 곳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한 송중기는 "우리가 촬영 할 땐 유튜브가 많이 발전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여행 유튜버 분들을 포함해 많은 정보를 쉽게 얻으실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그렇게 안 좋은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았나 싶다. 그런 생각 덕분에 저희 영화로 괜히 안 좋게 보일거라는 생각은 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Q&A 시간에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등 시국을 연상케하는 대답도 나왔다.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에 대해 송중기는 "12월 31일에 공개되는데 올해 마지막 개봉작이다. 2025년 첫 영화이기도 하다. 1월 말부터 2월 말까지 극장에 오래 걸려 있으면 좋겠다. 도와달라.(웃음)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맛이 따로 있으니까"라며 웃었다.
권해효는 "지금 우리 시대는 많은 변화 앞에 서 있는데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다. 영화에는 시대가 오래 전 배경을 하고 있지만, 이게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첫 날을 저희의 영화와 함께 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처음 대본 쓰는 것부터 개봉까지 10년이 걸렸다. 이제는 여러분에게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뭘할까?' 고민하려고 한다"며 시원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권해효는 "지금 우리는 영화보다 현실에 압도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보고타'는 현실을 살고 있고, 사람을 다루는 영화로 기억됐으면 한다. 개봉날 기대하면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겠다", 송중기는 "오래전부터 작업해왔던 내 작품이 관객분들께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너무너무 마음 깊숙이 감사함이 크다. 겸손하게 당당하게 다가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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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
[OSEN=하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