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 '1승'이 곧 관람객을 찾는다. 스포츠와 코미디 드라마를 섞여 경쾌함은 살렸지만 평면적인 캐릭터들의 밋밋한 플레이가 자꾸만 흥을 깬다. 그래도 '1승'에 남은 것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 호흡은 꽉 잡으며 배구 자체에 대한 '리스펙'은 지켰다는 점이다.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송강호는 극 중 손 대면 망하는 백전백패 배구감독 김우진 역을 맡았다. 박정민은 1승시 상금 20억이라는 파격 공약을 내건 관종 구단주 강정원으로 분해 예측 불가 매력을 발산하며, 장윤주는 20년째 벤치에서 가늘고 길게 버텨온 배구선수 방수지 역을 맡아 감독 송강호와 남다른 케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 '1승'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친 후 오랜 시간이 걸려 극장에 걸리게 된 영화 중 하나다. 당초 4개월의 촬영을 거쳐 2021년 2월에 촬영 종료가 되었으나, 2024년 12월, 총 3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개봉하게 된 것. 팬데믹 이후로 달라진 관람객의 '숏폼' 취향에 맞추기 위해 '1승'은 드라마 장르임에도 불구, 불필요한 장면과 감정선을 잘라낸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플롯의 '서브'가 휘몰아치는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경쾌한 작품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얻은 만큼 잃은 것도 있는 법이다. 다수의 장면을 잘라내어 극 전개가 급작스러운 느낌도 문제지만,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할 '핑크스톰' 선수들의 전사와 감정선이 소개되어야 할 시간에 바로 관계성이 충돌해 버리니, 각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메인 플레이어를 맡은 김우진(송강호 분)을 포함한 구단주 강정원(박정민 분), '핑크스톰'의 주장 방수지(장윤주 분), 세 캐릭터의 매력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특히 김우진의 캐릭터의 매력은 '오리무중'인데, 주인공 김우진은 단지 1년을 채우기 위해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게 되었지만, 에이스 선수들을 생각 없이 팔아버리는 강정원에게 분노하고 항의한다. 이어진 '핑크스톰'의 훈련 시간에는 낚싯대만을 닦으며 무심해하지만, 개인 연습을 하지 않는 선수들에게 '무능력한 선수들'이라는 열정적인 비난을 쏟아붓는다. 아무리 송강호의 열연이 더해진들, 우진이 과거 배구에 대한 어떤 열정이 있었는지, 그의 실력은 얼마나 좋은 것인지 등,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철없는 재벌 구단주 강정원은 빛나는 명품 옷을 빼고는 기능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에 그치고, '후보선수로 20년을 버텨온 주장'에 '클럽 준숙이', '노안이 온 선수'라는 설정의 방수지 캐릭터는 영화적 허용의 선을 간신히 붙들고 있어 영화가 주는 설득력에 큰 '마이너스'가 된다. 연기력에는 부족함이 없는 박정민, 장윤주의 열연도 속이 빈 캐릭터들에게 큰 힘을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다만 '배구 경기'하나만큼은 제대로다. 신기술을 모두 동원한 배구 경기의 장면들은 그야말로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컷들로 가득하다. 속도감 있는 촬영과 적절히 사용된 효과음은 실제 배구 경기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을 자아내고, 경기장 안에서 감상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캐스터, 해설위원, 상대 팀 선수 및 감독 역으로 출연하는 실제 선수들의 '감초 출연'도 톡톡한 볼거리가 된다.

전체적으로 '배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묻어나오지만, 중요한 영화의 재미는 대부분 경기장 안에서, 또 경기 중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쉽다. 끝끝내 '강스파이크'를 날리지 못한 '1승'이 극장가에는 승리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까.

12월 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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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1승'

[OSEN=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