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의 막이 올랐다.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1승’(감독 신연식)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제작보고회에는 신연식 감독과 함께 배우 송강호, 박정민, 장윤주가 출연해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오는 12월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송강호는 극중 손 대면 망하는 백전백패 배구감독 김우진 역을 맡아 유쾌한 소탈한 매력을 선보인다. 박정민은 1승시 상금 20억이라는 파격 공약을 내건 관종 구단주 강정원으로 분해 예측불가 매력을 발산하며, 장윤주는 20년째 벤치에서 가늘고 길게 버텨온 배구선수 방수지 역을 맡아 감독 송강호와 남다른 케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날 송강호는 ‘1승’ 개봉에 대해 “많은 영화들이 촬영이 끝난지 오래돼서, 오랜만에 개봉을 하게 돼서 설레기도 하고, ‘1승’이라는 영화가 드디어 관객분들에게 소개돼서 설레고 기쁘고 그렇다”고 입을 열었다.

배우들이 ‘1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송강호는 “영화 작품을 만나다보면 진지하고, 삶을 깊이 파고드는 그런 작품도 많지만 우리가 정말 다 떠나서 우리 삶에서 작은 1승, 그게 영화에서는 배구 시합으로 표현되지만. 우리 인생에서 1승이다. 자기만의 각각의 1승이 따로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게 세상과의 자신감 회복이든, 그런 1승을 찾아가는 과정이 소박하지만 의미가 있고 경쾌하면서도 행복해하는 그런 얘기가 영화로 소개됐을 때 관객분들이 행복해하면서 단순히 배구시합을 본 게 아니라 1승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정민과 장윤주는 입을 모아 ‘송강호’를 언급했다. 재벌 2세 겸 괴짜 구단주 역의 박정민은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동주’ 영화 개봉하고 신연식 감독님과 홍콩 영화제에 간 적이 있다. 비행기였나, 홍콩에서였나 이야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게 재밌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서 연락이 왔는데 감독 역할에 송강호 선배님이 하신다는 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흔살 배구선수 주장으로 분한 장윤주 역시 “정민 씨가 비행기 안에서 ‘1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다음 시나리오를 받은 건 저 같다. 한 8년 전인 것 같다. 그때 시나리오를 받고서는 ‘글쎄’.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였고, 영화도 이래저래 못들어가고 있었다”며 “시나리오를 잊고 있었는데 영화가 들어간다는 거예요. 송강호 선배가 들어오시면서 투자가 들어와서 만들어지게 됐다고. 송강호 선배님이 들어온다면 방수지 재밌게 해보고싶다고 ‘1승’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송강호 캐스팅에 대해 신연식 감독은 “원래는 김우진 감독이 젊은 감독이었다. 근데 선배님이 이 이야기면 감독이 연배도 있고 삶의 굴곡이 있는 감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선배님 말씀이 좋은 생각인 것 같아서 대본을 고치고 제안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송강호는 “저는 이 무렵이 ‘기생충’ 정리가 됐을 때인데.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와 작품 성향이 다른 성향의 작품들, ‘1승’ 같은 소박하고 단순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용기나 그런 즐거움, 행복할 수 있는 작품이면 얼마나 좋을까. 솔깃했다”면서 “근데 그 전에 박정민, 장윤주 씨 이야기된 배우가 있다고 해서 ‘그래요?’ 그럼 매력적인 배우들과 개성강한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들은 제작보고회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도 함께 소개했다. 송강호는 백전백패 김우진 감독에 대해 “전직 배구선수이자 감독이다. 늘 성공보다는 좌절을 많이 겪은 인물”이라며 “그러다보니 용기도 잃고, 자포자기 이런 느낌에서 괴짜 구단주가 나타나게 된 것. 어찌하다보니 괴짜 구단주의 계획에 말려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본인도 처음에는 큰 욕심을 안갖고 있다가, 마음 속으로는 과정이고 더 큰 욕심을 내고 그런 과정이었는데 같이 하는 팀들이 같은 처지에 놓인 선수들, 용기를 잃고 좌절돼 있고, 희망이 없는 선수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순수한 스포츠맨의 정신이 자연스럽게 발현이 되고 시행착오를 겪고 나중에는 같이 힘을 합치는 그런 캐릭터”라고 김우진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의 자문을 맡은 한유미 말에 의하면 송강호는 프로배구 시즌에 실제로 경기를 보고, 감독님의 특장점을 파악해서 녹였다고. 이에 송강호는 “배구 되게 좋아하고, 지금도 시즌중이니까 중계를 본다. 그래서 친숙하다. 선수들도 그렇고, 그분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친숙하다. 감독님의 모습도 많이 관찰하고, 같이 배구 시합도 관람을 하고 많은 경험이 있었다. 특정 감독님을 모델로 삼았다기보다 전체적으로 그때의 분위기를 파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자신이 파악한 배구 감독들의 특성에 대해 “많은 말을 하고 싶어하지만, 딱히 할말이 없으시구나. 그래서 (극중에서도)‘잘하자’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정민은 “강정원은 재벌가의 어떤 아들로 태어난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사실상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아서 방황을 하다가, 제 생각에는 집안에서도 파면된 느낌. 거기서 이입하게 된 배구단을 사게 되고, 비슷한 처지의 감독을 선임하게 되고, 영화 안에서 우스꽝스럽고 괴짜처럼 나오지만 저는 이 인물이 감독님과 선수들에 이입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박정민이 맡은 강정원은 극중 1승에 상금 20억을 태우기도. 박정민은 “저 돈이면 그냥 좋은 선수를 사오는 게 나은데, 시즌 중이라 사올 수는 없는거고. 저런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는 작전을 세워봤다”라고 말했다. ‘어찌보면 관종아니냐?’는 박경림에 물음에 “그렇죠. 완벽한 관종이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팀의 주장 방수지 역의 장윤주는 “일단 저의 캐릭터는 실력이 뛰어나서 주장이 된 건 아니고, 어찌하다보니 필드에서 계속 버티고 살아남은 거다. 그래서 연배도 있고, 주장이 된 케이스여서 제 팻말은 ‘젖은 낙엽처럼 살았어요’다. 너무 슬프다”고 했다.

장윤주는 “곧 낙엽이 질텐데, 거기에 비가 내리면 얼마나 축축하고 춥고 그렇겠냐. 어찌보면 김우진 감독님처럼 자기 인생에 있어 자기가 하는 배구에 있어서 성공이나 도전을 했다기 보다 이제는 포기상태인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구단주를 만나고, 감독님을 만나고 생각지도 못했던 도전을 마흔이라는 나이에 하게되는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신연식 감독은 선수 역할 캐스팅에 대해 “일단 대한민국의 175cm가 넘는 여성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알아다. 키가 큰 배우들을 엄청 서치했는데 쉽지않았고, 배구가 생각보다 엄청 어려운 스포츠”라며 “정말로 배구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현역 감독님들도 저희 전체 훈련에 오셔서 많은 걸 알려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배구 선수분들이 퀄리티를 위해 출연해주시기도 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특별출연 역시 눈길을 끌었다. 송강호와 ‘관상’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조정석도 나온다고. 송강호는 “정석 씨가 아주 고맙게도 같은 배구 감독으로 출연하면서 유쾌함을 줬다”면서 “그 외에도 김시진 감독, 신진식 감독, 한유미 해설위원 등 배구인들이 힘을 보태줬다. 너무 감사드리고, 되게 연기도 잘한다. 그래서 즐겁게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약간 의아함을 갖는 지점은 ‘우승’이 아닌 ‘1승’이라는 점. 신연식 감독은 ‘1승’을 목표로 삼은 이유로 “사실 많은 분들이 우승을 꿈꾸고, 절대 강자를 꿈꾸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근데 딱 한번, 본인이 목표한 바를 세워서 이루면 ‘1승’을 한거다. 아무도 모르는 1승이 있을거고, 그런거에 공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배우들에게 실제 배구선수가 된다면 맡고 싶은 포지션을 묻자, 송강호는 “저는 포지션보다 구단주. 감독도 마음대로 잘라보고”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송강호는 “감독이 생각보다 좋은게 힘들이지 않고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진두지휘를 하면 되니까. 또 하는 감독이 꿈과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고 감독에 욕심을 보였다.

반면 박정민과 장윤주는 ‘센터’ 욕심을 드러냈다. 박정민은 “아무래도 센터가 공을 뿌려주니까. 작전의 중심이지않나. 재밌을 것 같다”고 했고, 장윤주는 “저는 영화에서 한번 포지션이 바뀐다. 저는 그래도 센터에 있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초 배구 소재 영화 ‘1승’은 오는 12월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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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준형 기자, ㈜아티스트스튜디오

[OSEN=용산, 김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