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개봉한 한국영화 ‘파묘’가 상영 3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4일 만에 200만을 돌파하며 빠른 흥행 추이를 그려왔기 때문에, 개봉 이후 시점부터는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다.

24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파묘’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누적 관객 1000만 1642명을 기록하며 올해의 첫 천만 영화 탄생을 알렸다. 이는 미스터리 오컬트 영화 사상 가장 높은 기록이다.(‘곡성’ 687만 명)

기적의 영화 ‘파묘’가 써 내려온 한 달여 간의 기록을 짚어봤다.

#단 32일 만에 천만 돌파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공동제작 ㈜엠씨엠씨)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개봉 이틀 전인 2월 20일 언론시사회가 열렸는데 이날 일부 매체의 가혹한 비평도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호평이 나와 흥행이 전망됐다.

‘파묘’의 흥행 성공은 개봉 초기부터 수십만 명이 들며 관객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 화력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다.

개봉 일주일째 300만을 모았고 10일째 500만, 11일째 600만을, 18일째 800만을 모았다. 24일째 900만을 돌파한 ‘파묘’는 결국 상영 32일째인 오늘(3월24일) 1000만 관객을 달성하며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22일 개봉해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3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모았던 것보다 하루 빠른 속도로 천만 명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고은x이도현, 첫 천만 영화

이번 영화에서 무당 화림, 봉길 역을 각각 맡은 김고은(33), 이도현(29)은 천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영화 ‘은교’(감독 정지우)로 2012년 파격 데뷔한 김고은은 다양한 장르에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맡으며 여성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몬스터’(2014) ‘차이나타운’(2015) ‘협녀, 칼의 기억’(2015) ‘성난 변호사’(2015) ‘계춘할망’(2016) ‘변산’(2018) ‘유열의 음악앨범’(2019) ‘영웅’(2022) 등에 캐스팅 돼 관객을 만나왔지만 327만 명이 본 ‘영웅’(감독 윤제균)이 그녀가 보유한 최고의 성적이었다. ‘파묘’를 통해 천만 배우 타이틀을 갖게 된 김고은이 열렬한 환호와 지지 속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으로 짐작된다.

이도현은 2017년 방송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데뷔한 이후 첫 영화 ‘파묘’를 통해 곧바로 천만 배우로 입성하게 됐다. 현재 군 복무 중인 그가 휴가를 통해 이 영화를 관람했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300만 돌파 감사 인사를 전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천만 돌파 기록은 그에게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법 같은 일이리라.

출연 배우들, 감독, 제작진과 함께 축배를 들 수 없어 안타깝지만 전역 후 그의 연기 행보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43세’ 장재현, 최연소 천만 감독됐다

‘파묘’의 각본·연출·공동 제작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국내 영화감독들 가운데 가장 적은 나이로 ‘천만 감독’ 리스트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1981년생인 그의 올해 나이는 43세다.

앞서 1980년생인 이병헌 감독(44)이 영화 ‘극한직업’으로 2019년 천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30대 후반에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바. 장재현 감독이 이 감독보다 시기적으로 더 늦긴 했으나, 현재 나이 기준으로 따져보면 장 감독이 최연소 천만 감독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544만 명)로 장편 연출을 시작한 그는 2019년 ‘사바하’(239만 명), 올해 ‘파묘’를 내놓으며 오컬트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일명 ‘종교 덕후’ 감독답게 작품마다 서사 곳곳에 기독교, 무속신앙, 불교, 신흥종교 등을 각각 심어놔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도록 만드는 재미가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터리가 긴장감을 차곡차곡 구축하는 까닭에 관객을 붙드는 힘은 그만의 장기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의 개봉 당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차기작도 오컬트물로 갈 계획이냐’는 물음에 “제가 영화를 자주 만드는 편은 아닌데 여러 장르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장 감독은 “저는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어둡고 기괴한 세계로 들어가는 게 재미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만들려고 한다”며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든 생각은 기업이 수치에 따른 성과를 말하는데 종교 집단에서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인간이 점점 톱니바퀴처럼, 기계처럼 살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깝다. 저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저는 사람이 소중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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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영화 포스터

[OSEN=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