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에서 김창옥이 예능으로도 명품 강연을 선보였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는 김창옥, 솔비, 화사, 이무진, 박서진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김창옥은 알츠하이머 진단과 단기기억상실증에 대해 고백했다. 특히 그는 "의사가 어릴 때 부모님 싸움을 자주 본 게 원인인 것 같다고 하더라"라며 "트라우마는 뇌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거라고 하더라"라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층 무거워진 분위기 가운데 김창옥은 유쾌한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솔비와 MC 김구라가 티격태격하자 "트라우마가 더 심해진다"라고 거들며 웃음을 선사한 것. 이처럼 능수능란한 입담 덕에 김창옥은 연간 토크 콘서트 동원 관객만 10만 명에 달했다. 김창옥은 "20년 동안 1만 회 정도 강연을 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강연의 달인인 김창옥이 '라스'에서 영감을 얻은 일도 있었다. 그는 "'라스'에서 이효리 씨가 한 내용을 제가 봤다. 남편 이상순 씨가 좋은 사람이냐는 질문에 '좋은 남자, 나쁜 남자가 어디있어요 나랑 맞는 남자 안 맞는 남자가 있는 거지'라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최근에 의자를 갖고 강연을 하는데 엄청 예쁜 의자가 있다. 그런데 앉자마자 불편한 거다. 어떤 의자는 허르스름하고 볼품없는데 자꾸 몸이 가는 게 있더라. 사람하고 비슷한 것 같다. 겉보기엔 화려해도 불편한 사람이 있고 허르스름해도 앉으면 몸이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한번에 맞추려고 한다. 안 되면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절대적인 건 없으니 웬만하면 결혼 전에 여러 의자에 앉아보라 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1만 회가 넘는 강연 중 김창옥의 가슴에 남은 시간도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하려고 하지만 계속 뺑뺑이를 도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코로나19로 힘들 때 회사가 너무 힘드니까 회사 분위기좀 올려달라고 하신 강연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새벽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강연을 당일 취소할 수 없으니 갔다. 갔는데 기운이 안 나는 거다. 너무 죄송했다. 솔직히 말씀드렸다. 아버지가 아침에 돌아가셔서 신나게 못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1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다 처음보는데 동시에 '어우 어떡해' 이런 소리를 내더라. 그 소리가 마치 큰 에밀레종처럼 저를 향해 울리니까 제 슬픔의 진동이 땅하고 상쇄되는 느낌이더라. 사람이 고요해지고 슬픔도 없고 우울도 없고 고요한 상태가 됐다"라고 밝혀 뭉클함을 더했다.

끝으로 그는 "그날 강의가 너무 잘됐다.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줬다. 그때 느낀 게 뭐냐면 살다가 슬픈날이 있고 힘든 날이 있는데 언제 어떻게 지나가나, 그걸 그 때 처음 느꼈다. 내 슬픔은 남이 조금 더 슬퍼해줄 때. 그 슬픔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최고로 슬픈 시간을 지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거다. 절대적 구원이 있어서 람을 손바닥 뒤집듯 구원하긴 어렵다. 너무 힘든 순간 51대 49일 때 추 두개만 더해주니 내가 지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여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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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

[OSEN=연휘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