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일본의 17세기 정치적 암투를 담은 '쇼군'의 일본 배우들이 남녀주연상을 거머쥐었고, 박찬욱 감독의 '동조자'에서 조연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쉽게 불발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는 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에미상은 '방송계 아카데미'라 불리며 미국 내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2년 전,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팀이 무려 6관왕에 올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으며, 비(非) 영어권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최초의 기록이다. 아시아를 통틀어서도 처음이다.

이날 마블 스튜디오 '아이언맨', '어벤져스'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동조자'로 미니시리즈(Limited·Anthology Series·Movie) 부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기대감을 높였다.

해당 부분에는 '펠로 트래블러스'의 조너선 베일리, '베이비 레인디어'의 톰 굿먼-힐. '트루 디텍티브: 나이트 컨트리'의 존 호크스, '파고'의 러몬 모리스 등이 함께 노미네이트됐다.

'동조자'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다. 총 7부작으로 구성된 해당 드라마는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장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거장 박찬욱이 미국에서 처음 연출 및 제작을 맡아 관심이 쏠렸다.

로다주는 극 중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하원의원, 교육자, 영화감독 등 1인 4역을 맡아 활약을 펼쳤다.

제8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오펜하이머'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기에 이번 에미상에서도 수상의 쾌거를 이룰지 기대됐지만, 트로피는 '파고'의 러몬 모리스가 차지해 아쉬움을 남겼다.

일본의 17세기 정치적 암투를 그린 미국 드라마 '쇼군'이 18관왕에 오르며 에미상의 주인공이 됐다. 애초 2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시상식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쇼군'은 17세기 초 일본의 정치적 음모를 다룬 제임스 클라벨의 동명 역사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출연진 대부분은 일본인이고, 감독과 제작진은 미국인으로 구성된 글로벌 프로젝트다.

사나다 히로유키는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오징어게임' 이정재에 이어 아시아계 배우로는 역대 두 번째다. 사와이 안나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이 외에도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휩쓸었다. 사나다 히로유키, 사와이 안나 모두 일본 배우로는 처음으로 에미상 주연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 hsjssu@osen.co.kr

[사진] OSEN DB, '쇼군' 스틸컷

[OSEN=하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