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 연출 장영우, 김희원/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문화창고, 쇼러너스)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첫 방송에서부터 매력적인 '박지은 표 캐릭터'들이 안방 극장에 휘몰아쳤다.

9일 방송된 1회에서는 주인공들인 결혼한 지 3년 만에 이혼 위기를 맞이한 백현우(김수현 분), 홍해인(김지원 분) 부부를 비롯해 집안의 제사 하나도 기사화가 되는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 퀸즈 가족들과 시골 용두리를 주름잡는 용두리 가족들 등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주조연들의 캐릭터 빌드업이 펼쳐졌다. 희비극이 동시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은 박지은 작가 표 말맛 가득한 코믹성에 메시지도 갖추고 있어 흥미를 돋웠다.

특히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딸과 시골에서 온 신입사원의 이야기 속 기존 캐릭터들의 전복성이 눈에 띄는데 온전히 제사상을 준비하며 힘듦을 토로하는 사위들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재벌집 사위들은 한데 모여 제사상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런 가운데 이 자리를 찾아 온 재벌 아들은 "왕가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들이 제사 준비를 했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기름 냄새에 기저질환이 있고 기독교라는 등의 궤변을 늘어놓아  얄미움을 더했다.

각자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사위들, "각자 얼마나 귀한 아들이었는지는 얘기하지 말자"라는 백현우와 사위들에게 온갖 일을 시키면서 정작 자기 아들에게는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하는 재벌집의 이야기는 여운 돋는 웃음을 선사했다.

시집살이가 처가살이로, 흔히 우리 나리에서 며느리들이 받는 고통이 권력에 따라 남편들에게 이동한 것인데 통쾌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안겼다. 아버지 생신에도 가지 못하고 제사상을 차리는 사위, 감탄이 나올 만한 스펙의 엘리트이지만 전을 쌓고 있는 '재능 낭비' 이들의 모습에서 남녀라는 성을 떠나 가족이라는 굴레 속에 부당함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마저 느끼게 했다.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게 해주겠다며 결혼을 약속한 재벌 아내와 정작 이런 아내만을 믿고 결혼했지만 눈물 마를 날 없이 우울증이 시달리는, 개천에서 용 난 남편의 모습은 역발상의 신선함과 함께 박지은 작가의 필력 속에 흥미로운 캐릭터들로 탄생했다. 과연 제목이 상징하는 진짜 '눈물의 여왕'이 과연 누구인지를 추측하는 의견들이 벌써부터 많다.

이 외에도 제사날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유턴해서 돌아가라"고 울부짖는 재벌집 딸 홍범자(김정난), 출석 일수가 모자라 대학을 못 갔으면서도 수재 동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고 주장해 웃음을 자아내는 백미선(장윤주), 노욕의 화신 홍만대 회장(김갑수)와 매를 부르는(?) 해인의 남동생 홍수찬(곽동연) 등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전에 본 적 없는 반전 넘치는 인물들의 파격성은 코믹함의 옷을 입어 거부감 없이 유연하게 그려졌고, 주인공들 빌런 모두에게서 사랑스러움이 발견되는 캐릭터들은 박지은 표 드라마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분명히했다. 박지은 작가의 '여왕' 시리즈는 이제 분명히 그 자체로 장르화됐다.

한편 ‘눈물의 여왕’ 1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6.5%, 최고 8%를 기록했고 전국 가구 기준 평균 5.9%, 최고 6.9%를 기록했다. 수도권과 전국 가구 기준 모두 케이블 및 종편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달성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케이블, IPTV, 위성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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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눈물의 여왕' 방송 캡처, tvN

[OSEN=최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