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경규가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떠나보낸 심경을 털어놨다.

15일 '스발바르 저장고' 채널에는 "모친상 이후, 처음으로 꺼내놓는 인간 이경규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 됐다.

이날 영상에는 지난 2021년 5월, 이경규의 모친상 소식이 전해졌던 당시 상황이 담겼다. 5월 5일 발인 이튿날 촬영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이경규는 모르모트 PD를 만났다. 모르모트PD는 "녹화 오늘 미루는게 좋지 않겠냐고 말씀 드렸는데"라고 걱정했고, 이경규는 "딱 녹화 없는 사이에 어머니께서 그 새를 비워주셨다. 발인까지 끝내고 나니까 찐경규 녹화하고"라며 괜찮음을 전했다.

예정대로 촬영을 진행하는 대신, 모르모트PD는 이경규를 배려해 잡힌 일정을 미루고 친한 후배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식당을 찾은 이경규는 후배 개그맨 이윤석과 윤형빈을 만나 반갑게 인사했다. 이윤석은 "일요일에 형빈이랑 같이 (빈소) 가서 자고 화요일 발인 보고 촬영 올라왔다"고 말했고, 이경규는 "왜 이렇게 오래 있었냐"고 타박했다. 그러자 이윤석은 "너 가면 죽는다고 해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컨디션은 괜찮냐"고 걱정했고, 이경규는 "좋을리가 없다. 토, 일, 월, 화를 4일 하루 2, 3시간 자면서. 내가 우스갯소리로 교회 나 성당 다니는분들이 들어오는게 좋은것 같다고 했다. 절을 안 하니까. 계속 절을 하니까 나중에 다리가 아프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막 연락 안하고 너네 둘만 부르려고 했다. 너희가 심부름 시키기도 좋고 스케줄도 한가하니까. 근데 7년전에 아버님을 한번 떠나보내고 나니까. 아버님 돌아가셨을때 부고 기사가 나니까 조문객이 많이 오시더라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에는 조용히 너희들 한 3일동안 잡으려고 했다"고 일부러 농담을 건넸다.

이윤석은 "어렵게 (강)호동이 형이나 (장)도연이나 (이)영자 누나가 온거 아니냐. 근데 오자마자 ‘왜왔어 가!’ 라고 하더라"라고 물었고, 이경규는 "미안하니까. 미안해서 그러지. 뭐하러 어렵게 오냐. 부산이 가까운 길이 아니다. 호동이하고 영자는 연락도 안하고 갑자기 나타나니까 깜짝 놀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윤석은 "폐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이경규는 "이게 창피한 이야기인데 7년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는 전체 뿌리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충격이 너무 오는거다. 뿌리가 흔들리는것 같더라. 어머님이 돌아가시니까 고향이 없어지는것 같다. 적적함같은거. 오늘 아침부터 계속 생각나는거다. 돌아서면 생각나고"라며 "시스템이 너무 좋아졌다. 너무 빠르다 모든 것들이. 화장이 너무 빠르다. 보고 있으면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없다. 워낙 계속 사람들이 들어오니 어쩔수없이 그런 시스템 속에 있는건데 어쩔수 없지 뭐"라고 아쉬워 했다.

또 윤형빈은 "형님은 어떤 아드님이셨는지. 츤데레 아들이셨을것 같다"고 궁금해 했고, 이경규는 "살갑게는 못했다. 옆에서 살살거리고 이래야되는데 전혀 그런걸 못하니까"라고 말했다. 이윤석은 "저는 도저히 상상이 안간다. 어머니가 세상에 없다는게"라고 먹먹한 감정을 전했고, 이경규는 "어머니가 떠나셨다고 해서 완전히 떠나신건 아닌것 같다. 마음에 있잖아 우리 마음속에. 마음속에 있으면 거기에 대한 생각이 있는거 아니냐"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 어머님이 동네 사람들한테도 내가 아들이란 얘기를 안한다. 날 보호해주려고"라고 말했고, 이윤석은 "형님이 약간 어머님 성정을 닮으셨다. 형님이 장례식장에 사람들 안부르듯이"라며 "난 자꾸 우리 엄마 생각이 나니까 가슴이.."라고 울컥했다. 모르모트PD는 "선배님한테 어머니는 어떤존재였냐"고 물었고, 이경규는 "내 일에 대한 동기부여. 어머니가 연세를 드셔서도 내가 티비에서 활동하는걸 보여주고싶었던 것 같다. 내가 일을 하는데 있어서 동기부여는 엄청나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어머님은 어떤 작품 제일 좋아하셨냐"는 질문에는 "'이경규가 간다'. 그리고 '도시어부'. 내용이 없지 않냐. 그냥 보는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윤석은 "어머니들은 내 아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고 예쁘게 나오냐가 중요하다"라고 공감했고, 모르모트PD는 "선배님 제일 많이 나오는건 '찐경규'다"라고 깨알 홍보를 했다. 이경규는 "어머니가 카톡을 못하니까"라며 "근데 갑자기 오늘 아침에 티비를 보는데 누가 나와서 어머니 노래를 엄청 부르더라. 어머니 돌아가시고 계속 생각하고 있으니 노래만 나오면 어머니 노래다"라고 씁쓸해 했다.

윤형빈은 "조금있으면 어버이날이니까"라고 말했고, 이경규는 "내일 모레 어버이날이구나"라며 "너희들 꼭 나 찾아와라. 형 이제 고아야. 너희들이 와야돼"라고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앞으로 우리 방송 보시는 분들 중에서도 부모님을 잃거나 외로움에 처한 분들 많을거다. 사실 나도 잘 몰랐다. 이게 어떤 슬픔인지. 어머니 영정사진을 보는순간 제일 먼저 하는말이 그냥 미안한거다. 모든 것들이. 뭐가 미안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서울에서 나만 잘살려고 왔다갔다한것 같기도 하고 부산에 잘 못내려가고 이런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리고 나는 임종을 지켜볼 수 있는 규칙적인 직업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여러가지 것들이 미안한거다. 또 만날 수 있을까?그게 제일 오늘 하루종일 의문이다. 만날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죽었을때 저세상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미안한 것 같다. 너무 미안한 것 같다. 올해도 어머니한테 상 하나 바칠 정도로 열심히 해야하는데. 그 미안함을 갚을 길은 열심히 활동하고 열심히 살아가는게 어머니가 원하는게 아닌가 싶다. 열심히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또 어머님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스발바르 저장고

[OSEN=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