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프티 사태에서 시작된 '템퍼링 이슈'가 연예계를 덮쳤다. 템퍼링은 특정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연에인이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다른 소속사와 사전에 접촉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프티 피프티와 어트랙트의 분쟁과 관련해 외주 업체인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가 템퍼링 의혹을 받으면서, 이와 비슷한 사례를 두고 "템퍼링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여론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지난달 23일, 피프티 피프티 소속사 어트랙트 측은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접근해 당사와의 전속계약을 위반하도록 유인하는 외부 세력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외부 세력의 멤버 강탈 시도 사건 배후에 모 외주용역업체와 워너뮤직코리아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워너뮤직코리아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모 외주용역업체가 워너뮤직코리아에 접근해 피프티 피프티를 팔아 넘기는 제안을 한 정확을 포착했다는 것.

워너뮤직코리아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어트랙트 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모 외주용역업체'라고 언급했던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 외 3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어트랙트 측은 "어트랙트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프로젝트 관리 및 업무를 수행해온 더기버스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업무방해와 전자기록등 손괴, 사기 및 업무상배임 행위를 했다"며 "더기버스 측은 해외 작곡가로부터 음원 'CUPID'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어트랙트에게 저작권 구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고 본인 및 본인의 회사가 저작권을 몰래 사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지난달 19일 어트랙트 측에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투명하지 않은 정산, 활동이 어려운 건강 상태를 밝혔음에도 일방적인 활동 강요 등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더불어 피프티 피프티 법률 대리인 측은 "어떠한 외부 개입 없이 4인의 멤버가 한마음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기버스 측 또한 "당사는 어떠한 개입을 한 사실이 없다"며 "어트랙트 측은 마치 당사 안성일 대표가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거취에 대해 워너뮤직코리아와 독단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왜곡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로도 양측은 팽팽한 대립을 이어갔고,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까지 나섰다. '큐피트'의 저작권 문제를 인지하고 저작권료 지급 보류 조치를 취한 것. 다만 더기버스 측은 "자사 음악 퍼블리셔를 통해 ‘큐피드' 저작권을 적법한 절차로 취득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여전히 피프티 피프티와 어트랙트, 더기버스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더기버스 소속 가수 손승연까지 템퍼링 의혹에 휩싸였다. 손승연은 지난 2012년 9월 포츈과 전속계약을 체결, 4년 후 우편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매니지먼트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손승연은 포츈이 신보 독집음반 제작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소속사 명의의 계좌로 수익금을 수령하지 않았고 연예활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어느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포츈은 패소한 손승연에 대해 회사로 돌아올 것을 요구했지만 손승연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손승연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손승연은 연예활동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대응 했고, 결국 포츈과 손승연은 2018년 4월 이별했다. 그리고 손승연은 2달 후 투애니포스트릿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현재 피프티 피프티 사태의 중심에 있는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다. 손승연은 이듬해 더기버스로 이적했다.

손승연과 전 소속사 포츈간의 분쟁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일각에서는 피프티 피프티 사태와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템퍼링'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손승연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포츈과 손승연의 전속 계약은 수개월간 정산금은 물론 정산서조차 제공하지 않은 결과 적법하게 해지됐다"며 "손승연 관련 가처분 소송에 대해 당사 안성일 대표의 어떠한 개입도 없었으며 현재 피프티 피프티의 상황과도 전혀 관련이 없음을 말씀린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난 31일 한 매체는 손승연이 2017년 9월 '코리아뮤직페스티벌'에 투애니포스트릿 소속으로 출연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손승연은 포츈과 분쟁 중이던 상황. 법원은 2017년 2월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이후 손승연은 포츈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이에 그 기간동안 투애니포스트릿 직원이 손승연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템퍼링 의혹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8일에는 엑소 첸백시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던 것에 대해 "MC몽이 엑소의 백현과 카이를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등장해 또 다른 템퍼링 의심사례로 주목받았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MC몽은 다수의 연예 관계자가 함께한 자리에서 백현과 카이를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지금 작업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실제 첸백시의 전속계약 해지 통보 당시 SM 측은 "소속 아티스트에게 접근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고, MC몽이 지목되기도 했지만 "음악계 선후배로 백현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뿐이며, 평범한 교류의 일환으로 만난 자리에서 회사 문제로 힘겨워하는 후배를 위로했을 뿐 불법행위의 유인 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첸백시와 SM 측은 원만한 합의를 통해 갈등을 봉합했고, SM 측은 "제3의 외부세력 개입에 관해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또 다시 템퍼링 의혹이 불거지자 MC몽의 법률 대리인 측은 공식입장을 내고 "MC몽이 카이, 백현에 대해 언급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은 불법적으로 녹취한 후 의도적으로 편집해 협박한 수단"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대화를 녹취하고 편집한 안 씨는 정호영이라는 가명으로 수개월간 빅플래닛메이드 대표인 박장근, MC몽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아왔고, MC몽 측은 지난 5월 1일 안 씨를 협박죄 등으로 고소했다. 안 씨는 협박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있는 상태다.

MC몽 역시 직접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이 엔터에서 부정한 적 없고, 다른 어르신 선배들에게 누를 끼쳐 본 적 없으며, 공정과 상식 속에서 일을 했다"며 "잘못한 게 없어 해명할 필요도 없으며, 피프티 피프티 일로 날 거기에 끼어 맞추지 마라"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

뿐만아니라 지난 24일에는 MCN 대표사 아이스 크리에이티브가 " 최근 소속 '뷰티 크리에이터'에게 접근해 부정 협약을 회유하는 세력과 정황을 발견했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MCN 크리에이터계까지 템퍼링 이슈가 확산된 것.

아이스 크리에이티브 측은 "최근 경쟁사 직원으로 근무 중인 인물이 당사와 소속 크리에이터 사이에 위장 개입해 당사의 회사 기밀을 입수하고 소속 크리에이터에게 부정 협약을 회유하는 등 회사의 비즈니스 및 소속 크리에이터와의 파트너십을 훼손하는 위법행위가 포착됐다"며 "MCN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부정경쟁을 근절하기 위해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며, 이를 위한 일련의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스 크리에이티브는 '현 크리에이터 보호'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건강한 업계 생태계 조성을 위한 위법 행위 근절에 앞장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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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아이스 크리에이티브

[OSEN=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