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마이크로닷이 부모의 채무 불이행 논란 이후 5년 만에 입을 열었다. 그간 피해자와의 합의에 집중하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숙의 시간을 가진 그는 최근 OSEN과 만나 당시의 심경과 논란에 대해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유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2018년 Mnet ‘쇼미더머니4’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채널A ‘도시어부’ 고정멤버로 활약하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마이크로닷은 갑작스럽게 부모의 채무 불이행 논란에 휩싸이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지난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충북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면서 14명에게 약 3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고 1998년 5월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를 받아 2019년 4월 귀국, 재판에 넘겨졌다.

처음 논란이 제기됐을 때 마이크로닷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이 등장하자 사실을 인정하고 출연중이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다. 이후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받아 복역을 마친 후 뉴질랜드로 돌아갔다.

마이크로닷은 그간 근황을 묻자 “많은 일이 있었는데 힘들었지만 열심히 지냈다. 사건이 터진 이후에는 처리만 하느라 몇 년 동안 시간이 멈춰 있었던 기분이다. 지금은 일을 하고 있고 음악 작업도 하고 있다. 해결하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조금씩 사람들 만나고 지인들 만나고 한동안은 조용히 지냈었다”라고 답했다.

가족의 채무 불이행을 폭로하는 ‘빚투’의 시발점이된 마이크로닷은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이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으니까 당황스러웠다. 저쪽은 저런 말 하고 이쪽은 이런 말 하고 그런 상황에서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저 혼자만 세상이 멈춘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 때는 나의 생각이라는 것이 없었다. 세상이 나에게 하는 말, 붙이는 딱지들 그런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기 시작해서 순간적으로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피해자 분들 만나면서 해결하는 과정을 겪으며 이제서야 저를 되찾은 것 같다. 많이 밝아졌다. 원망하는 건 아닌데 아닌 사실도 많은데 아무 말도 못하니까 힘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시 마이크로닷은 미흡했던 초반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논란 후 자취를 감추며 잠적설이 불거지기도. 그는 “여러가지 말이 있었는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사실 무근이나 법적 대응 같은 부분들은 원래 알고 지냈던 변호사 지인분이 기자분에게 하신 말이 제 입장으로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적설에 대해서도 “당시 저는 사실 확인을 하고 있었고 갑작스러운 사건에 저 역시 큰 타격을 받고 당황스러운 상태였다. 많은 분들이 집에 찾아오셨는데 사실 그 때 집에 있었다.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몰랐다. 이 사실에 대해 제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도 무엇부터 말해야 될지 몰랐다. 또 부모님의 일이었기 때문에 제가 대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어떻게 답변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 부분이 안타까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저는 오로지 세상에 전달하는 것보다 피해자분들을 만나는 것에만 집중했다. 어떻게 해서든 해결을 하는게 먼저였다. 부모님의 사건이다 보니까 아들로서도 그렇고 이 사실을 제가 해명을 할 수있는 부분이 없었다. 어린 마음으로 무서운 걸 떠나서 모든 사실을 확인 하는데만 1년이 넘게 걸렸다. 5개월 동안은 연락하고 만나뵙는 과정이 있었고. 사건 관련되어 있는 걸 먼저 해결을 하려고 했는데 저는 그게 전부라고 봤다. 세상에 알리는 것도 맞지만 무엇을 알리는 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과의 합의 역시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힌 마이크로닷은 “총 13분인데 11분과 합의를 마쳤다. 한 분은 돌아가셔서 가족분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한 분은 2025년까지 갚는 걸로 됐다. 법적인 부분들은 부모님이 실형을 사셨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닷은 세간에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자신 역시도 이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모든 걸 다 떠나서 안타깝고 원망스러운 부분 하나가 있다면 제가 몰랐다는 것인 것 같다”라며 “뉴질랜드에서는 제가 알바하면서 학비든 필요했던 것을 벌어서 썼다. 호의호식했다는 말이 있는데 전혀 아니었고, 처음 이민갔을 때 화장터 밑에 살기도 하고 다른 가족들과 지내기도 했다. 어머지는 식당 설거지, 아버지는 청소로 시작해서 흔한 그 시대 이민 가족 스토리다. 많이 어렵게 지냈다”고 말했다.

현재 뉴질랜드로 돌아간 가족들의 근황에 대해서는 “반성을 많이 하셨다. 어머니 가게는 문 닫고 아버지 회사도 문 닫았다. 일을 다시 시작하시려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는 그는 “그때 왜 돈이 2억이 더 없었을까. 사람들이 제가 10억, 20억 벌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때 막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고 그냥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돈을 받고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행복함과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제서야 분노가 일어나는 게 왜 나는 알지 못했을까다. 피해자 분들께서 그때의 아픔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죄송스럽고 대중분들에게도 죄송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mk324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OSEN=지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