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주 잘 만들었네요. 몸만 봐도 성실함이 보이네요.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잖아요.”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냥개들’의 최사장(허준호 분) 대사다. 최사장은 손녀같이 돌보며 대부업을 가르치는 현주(김새론 분)를 걱정한다. 겁없고 무모해서다. 지켜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보디가드로 추천된 것이 건우(우도환)다. 그래서 받아 본 링 위의 건우 사진. 최사장은 흡족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사냥개들’은 13일 628포인트를 획득해 2위에 올랐다. 전날 6위에서 2위로 4단계 상승한 것이다. 알기 쉽게 수치로 글로벌 인기를 대변하고 있다.

이 버디물의 인기에는 각각 ‘건우’와 ‘우진’을 맡은 우도환과 이상이의 지분이 크다. 그리고 허준호 대사처럼 ‘잘 만들어진 몸’이 인기를 선도한 이들의 연기를 담보한다.

드라마 속 건우와 우진은 프로복싱 신인왕전 미들급 결승에서 처음 만난다. 미들급은 71㎏ 이상 75㎏ 미만으로 출전 선수들의 키는 대충 180cm 무렵이다.

프로필상 우도환은 180cm, 이상이는 183cm이고 역시 프로필상 평소 체중은 우도환 65kg, 이상이 75kg을 적고 있다. 링위의 그들은 딱 미들급 복서다웠다. 물론 현실 복서라기엔 드라마적으로 과장된 ‘잘 만들어진 몸’을 내세웠다.

‘사냥개들’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신인왕전 이후 두 사람의 복서인생은 끝이 났다. 까페를 운영하는 건우 엄마(윤유선 분)가 악역 김명길(박성웅 분)이 운영하는 스마일 캐피탈에 사기 채무를 지었고 건우가 그에 맞서며 우진도 덩달아 휘말리게 된다.

거대 조직과의 맞짱. 그리고 함께 하던 최사장 세력의 몰락. 복수에 나선 두 청년은 더 이상 체급의 한계에 묶여 있을 수 없었다. 파워를 키우기 위한 훈련의 나날들. 그리고 또 한번 이 두 사람의 몸이 훈련을 통해 획득한 그들의 파워를 대변했다.

김주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실제 두 사람이 5~6kg을 증량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근육질 몸으로의 감량도 그렇지만 근육질 몸으로의 증량도 대단한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드라마 촬영기간이 얼마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도환과 이상이는 그걸 해냈다.

캐릭터 소화에서도 두 사람은 모자람이 없었다.

우도환은 눈끝이 날카롭다. 첫인상이 착해보이기 힘들다. 그래선지 우도환하면 떠오르는 영화 ‘마스터’의 스냅백, ‘사자’의 지신, ‘귀수’의 외톨이 등의 배역들이 그런 인상과 찰떡처럼 맞아떨어졌다.

우도환 본인조차 어느 인터뷰에선가 “눈을 어떻게 떠야 하는지가 가장 고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냥개들’의 건우는 ‘고집 센 순둥이’다. 자신을 몰아세우는 세파에도 선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다. 신인왕전 상금 1천만원을 받고도 단돈 5만원만 자신을 축하하는데 쓴다. 눈 앞의 주인 잃은 황금더미를 보고도 “제 돈이 아니니까요”라며 물러선다. 그렇게 드라마 속 우도환의 눈 끝은 선량한 고집으로 벼려진다. 이 드라마에서 우도환은 건우가 되기 위해 눈을 어떻게 떠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상이의 배역 홍우진은 가볍고 무모하다. 바로셀로나 동메달리스트 아버지 눈에 진작에 벗어났다. 인천 양아치 시절 조폭들을 아작내고 해병대로 튀었다. 본인은 해병대에 와서야 좋은 사람들 만나 인간 됐다고 철썩같이 믿는다. ‘무적 해병’이란 해부심이 대단한 코믹캐릭터다,

의동생 건우를 위해 대부업체 선배를 방문했을 때 홍우진의 진가가 드러난다. 선배는 건우가 필요한 돈 1억을 건네며 함께 일할 것을 제의했고 건우는 마다했다. 돌아서 나오도록 질척대는 선배를 우진이 막아서며 눈을 희번덕인다. 그리고 이 급작스런 전개를 이상이는 임팩트있게, 하지만 우진스럽게 소화해낸다.

무엇보다 이상이는 몸이 반전이다. 우도환이야 강한 캐릭터 전문이라 그러려니 싶지만 교회오빠 스타일의 이상이에게서 그런 성난 근육을 본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김새론 스캔들, 엔데믹 시대를 살면서 팬데믹 상황을 지켜보는 거북함 등은 있지만 알기 쉬운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내는 연출과 제각각 배역의 매력을 한껏 끌어낸 배우들의 열연, 볼거리 풍성한 액션들은 ‘사냥개들’을 재밌는 드라마로 각인시킨다. 물론 ‘연기는 이런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우도환·이상이 듀오의 벗은 몸도 톡톡히 한 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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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