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재가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와 배우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지난 27일 김민재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OSEN 사무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우 김민재에게 있어 2023년은 말그대로 '일복이 터진' 해였다. 올해에만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형사록' 출연에 이어 다음 달 31일 개봉 예정인 '범죄도시3' 출연을 앞두고 있다. 특히 '범죄도시3'에서는 광역수사대 반장 마석도(마동석 분)의 오른팔 '김만재' 역으로 분해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발산, '범죄도시4'에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김민재는 "현재 4편까지 촬영이 끝나고 후반 작업이 들어갔고, 내부 시사도 했다. 3편에서는 제 분량이 꽤 많고, 4편은 3편 만큼은 아닐 것 같다. 다만 워낙 작품이 좋아 분량을 떠나 마동석 선배와 나오는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가 있을 거다"이라며 "제 액션도 많이 나온다. 싸우긴 하는데 주로 많이 맞는다. (영화 속) 액션은 아마 보시면 '진짜 싸우는 것 아니야?'하는 생각이 들 거다. 앞서 1, 2편과 달리 실제 격투하시는 분들이 장면에 투입되어 기술적인 부분과 더불어 리얼함이 배가 됐다"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이어 '범죄도시3'과 관련해 "예고편은 19세로 심의를 받았지만, 본 영화는 15세로 맞춰질 것 같다. 수위를 맞추기 위해서 많이 조절 하고 있다. 영화 자체가 내가 찍었지만 그걸 까먹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게 봤다. 코믹한 부분도 있고, 완급조절도 정말 잘 나왔다. 어제 후시 녹음을 했는데, 보면서 박수를 쳤을 정도"라며 "대중이 '범죄도시' 시리즈를 향한 기대치가 있을텐데, 카타르시스를 정말 충족시켜 줄 거다. 전개 속도도 굉장히 빠르고, 영화관에 와서 보시면 정말 재미있을 거다. 영화 흥행은 100퍼센트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촬영 비하인드도 언급했다. 김민재는 "워낙 평소에 운동을 하는 편이기도 하고, 액션을 좀 하는 편이라 액션 팀에서 저에게 믿고 촬영을 맡기셨다. 필리핀에서 촬영을 했는데,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현지 협조도 잘됐고, 문화가 워낙 우리나라랑 비슷해서 촬영하는 재미가 있었다. 한국 시골 동네처럼 주민들이 모두 나와서 촬영 구경을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범죄도시' 3편과 4편의 각각 연출을 맡은 이상용, 허명행 감독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이상용 감독님은 배려심이 넘치시는 분이다. 밑에 있는 스태프들한테도 직접 뛰어다니면서 알려주시는 분이었다. 현장에서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 제 입장에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허명행 감독님은 동갑내기 친구로 오래 알고 있기도 했고, 진행도 빠르고 유쾌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재는 '범죄도시' 시리즈 외에도 1960년대 초 1960년대 격동기를 살아낸 삼식이 삼촌(송강호 분)과 김산(변요한 분), 두 남자의 뜨거운 욕망과 브로맨스를 다룬 드라마 '삼식이 삼촌' 출연을 앞두고 있다. 김민재는 극중 '유연철' 역을 맡게 된 가운데, 배우 송강호와의 호흡 소감을 짧게 언급했다. 그는 "드라마는 아직 촬영 중"이라며 "송강호 선배님은 정말 현장에 몰입을 잘 하신다. 눈 뜨고 잘 때까지 연기만 생각하시는 분 같다. '거미집'에서도 호흡을 맞췄지만, 정말 많이 배운다. 최근 '카지노' 최민식 선배님에 이어 송강호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게 된건데, 동석이 형과 더불어 후배 입장에서는 이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연예계 제작에 힘이 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탄도 하지만, '내가 이 정도로 해서 되나?'하는 스스로 반성도 많이 하게 된다"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지난 1월 25일 막을 내린 '카지노 시즌1'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카지노' 시즌1에서 안치영을 연기한 김민재는 무식(최민식 분)과 함께 드라마 초반을 이끌며 독보적인 연기력을 뽐냈다. 이후 공개된 '카지노 시즌2'는 공개 첫 주 만에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대 시청 시간 기록을 경신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다만 충격적인 결말에 아쉬움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김민재 역시 이같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카지노'는 인간이 무언가를 얻고, 잃는 삶의 유희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라며 운을 뗐다. 김민재는 "사실 강윤성 감독님도 작품이 끝나고 나서 저에게 '결말이 어땠냐'고 물어보시더라. 차무식이 총을 맞고 죽으면서 논란이 됐는데, 아마 시청자들은 급진적인 결말에 대해 불편했던거 같다. (다만) 저는 그게 인생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예술이라는 것은 어떤 메시지를 준다기 보단, 등장인물이 우리의 삶과 유사한 배경 속에서 겪는 이야기를 보며 관객 스스로 의미를 찾게끔 한다. '카지노' 역시 (이런 면에서) 그런 충격적인 인상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화무십일홍' 처럼, 결국 욕망의 끝에서 우리 모두 한 인간에 불구하다는 의미이지 않았을까"라고 분석했다.

사실 김민재는 배우 뿐만이 아닌 '연출자'로서도, ‘지역 사업가’로서 활동도 박차를 가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감옥’에 관련한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작업 중이라는 그는 “현재는 각색 단계다. 워낙 이야기를 쓰고 싶은 창작에 대한 욕구가 있어서, ‘삼식이 삼촌' 현장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 시나리오 초고도 신연식 감독님이 쓰신 것”이라며 “지금도 그 작품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해하신다. 기획은 마동석 선배님과 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현재 가족과 제주도에서 거주 중인 그는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크라예술학교’를 설립, 문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하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창작 욕구를 해소할 공간이 없어서 인것 같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시도하면 이를 다치지 않게 옆에서 지켜주고, 떨어지면 잡아주는게 부모의 역할이지 않나. 아이들은 떨어지면서 스스로 한계를 알게 되고, 더 높은 곳을 올라가고픈 꿈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배우들의 꿈은 ‘창작 활동’이지 않나. 이걸 해소할 수 있는 무대나 공간이 없는 것 같아 지원도 받고, 투자도 받아 100평 정도 대지를 해서 건물을 만들었다. 배우들은 공연을 할 수 있고, 지역 농가분들과 연계해서 공연을 보면 티켓뿐만이 아닌 꽃이나 나무를 증정하는 식으로 청년 농업도 활성화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를 꼭 한다. 보통 ‘우리 공연이 어땠어요?’라면서 주체가 ‘공연’인 질문을 하는데, 우리는 ‘공연을 보고 어떤걸 느꼈어요?’라며 관객에 주체를 맞춘다. 관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우는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일상을 예술을 통해 정리하고 환기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공연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과 이야기하며 이것이 보람과 성취감있는 작업이란걸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며 “그 과정이 자존감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지 않겠나. 이런 주체성이나 자율성을 잃으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서 더 이상은 비극적인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와 드라마 등, 연예계에 대한 우려도 표현했다. 그는 “(연예계에는) 경쟁 분위기가 만연하다. 저도 그렇지만, 이 판에는 플레이어가 많다. 감독, 스태프들도 모두 플레이어다. 또 한 작품마다 큰 돈이 오고가지 않나. 돈이 오고가면 보통은 각자의 재능을 인정하고 수용한다기 보단 평가하게 되고, 시기가 생기게 된다”라며 “물론 그런 분위기를 지양하는 분들도 꽤 있다. 그런 분들이 더 힘을 받아 잘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잘 되고, 공생하는 분위기가 활성화 된다. 특히 그런 분위기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화 내내, 김민재는 감독, 선배, 동료, 후배들에 대한 감사함과 애정 표현을 잃지 않았다. 특히 그는 그간 작업을 통해 연을 맺은 모든 이들을 여러번 ‘가족’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김민재는 “나의 예술은 폭력성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해왔다”라며 “아버지가 폭력적이셨다. 나빴다고 표현하고 싶다기 보단, 부모님도 자신의 부모에게 받은 것이 없으니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것도 그것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나도 그런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런데 제가 시장 쪽에서 자랐는데, 그때 많은 어른들이 나를 돌봐줬다. 그래서 지금도 고향에 내려가면 집보다 시장을 먼저 들러서 인사를 드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연기를 하면서도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연출가를 포함해 정말 많은 분들이 나를 가족처럼 대해주신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좋은 스승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나 스스로 이룬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상한 사람들이 가득했던 극단에 속해 연극을 시작했더라면, 연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았겠나”라며 “이런 경험을 통해 성장했기 때문에, 나의 노동이 보람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배우로서 뿐만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하고 있는 사업도 그렇다. 좋은 스승과 선배님들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김민재는 2000년 연극 ‘관광지대’로 데뷔한 이후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반도’, ‘돈’, ‘더 킹’, ‘뷰티 인사이드’, 드라마 '방법', '열혈사제',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등 스크린과 드라마를 오가며 약 23년간 선역으로, 악역으로, ‘씬스틸러’로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왔다. ‘베테랑 배우’로 불릴 법 하지만, 이런 ‘베테랑 배우’ 김민재도 연기에 대한 불안감과 고민은 있다.

김민재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에는 배우로서 실력을 조직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시기였다. 아마 모든 후배들도 이 나이대에는 불안해하겠지만,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성실하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라며 “(지금도) 이 직업이 보기에만 화려하지, 실상 그렇지 않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고,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특히 그렇다. 미디어에 비치는 배우는 대중의 관심과 집중을 받는, 화려한 삶 같겠지만 그렇지 않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느껴지는 굉장한 고독감을 견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들이 더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많아져야 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강점에 대해 “나의 존재를 강하게 어필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는 거 같다. 예를 들어 웃음을 과하게 만든다던지, 나 자신을 상품화를 시키려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렇게 연기하고 싶지만, 작품에 중요한 건 이야기다. 배우로서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어떤 역할인가, 내가 어떤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라며 “‘범죄도시’ 마동석 형과도 그렇고, ‘무뢰한’에서 전도연 선배님과도 그랬다. ‘무뢰한’서 첫 장면이 룸에서 도연 선배님을 압박하는 역할로 나왔는데, 촬영 후 선배님이 ‘되게 불안했는데, 너와 찍고 나니 안심이 된다’고 하더라. 이렇듯 이야기 안에서 조력자로 만나게 되었을 때 상대방을 더 빛나게 해주고,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물론 내가 극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작품도 하고 싶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미혹’을 촬영하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책임져야 할 게 많더라. 개인적으로는 ‘미혹’에서 나의 연기는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노력해야할 것 같다. 송강호, 최민식 선배님 등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하고, 더 깊이감 있는 연기를 했어야 했구나는 반성을 했다. 만약 내가 주체적으로 맡아야 하는 영화가 온다면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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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