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동남아시아 ‘독점 공연’을 위해 지급한 거액의 보조금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5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이날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호주 특별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당국이 스위프트 측과 동남아에서는 싱가포르에서만 공연하도록 합의를 봤다”라며 보조금 지급 사실을 시인했다. 리 총리는 다만 “매우 성공적인 합의였다”라며 “주변국에 적대 행위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스위프트는 지난 2일부터 오는 9일까지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6차례 공연한다. 스위프트가 동남아 국가 중 싱가포르만 찾으면서 콘서트 입장권 약 30만장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주변국에서 팬들이 몰려들면서 싱가포르 항공·호텔업계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주변국의 눈초리는 곱지 않다. 앞서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싱가포르가 동남아 다른 나라에서 콘서트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스위프트에게 공연당 200만~300만 달러(약 27억~40억 원)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에서도 싱가포르의 독점 공연을 비판하며 “좋은 이웃이 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에드윈 통 싱가포르 문화공동체청소년부 겸 법무부 제2장관은 전날 의회에서 구체적인 보조금 액수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그만큼 높지 않다”고 했다.
스위프트의 이번 공연을 두고 가족사까지 조명되고 있다. 싱가포르 국영방송 CNA는 “스위프트의 외조부모가 1960년대 싱가포르로 이주했으며, 그의 어머니도 싱가포르에서 자랐다”고 전했다.
스위프트는 2006년 데뷔 이후 세계적 팝스타로 자리 잡은 싱어송라이터다. 스위프트가 지난해부터 이어가고 있는 순회공연 ‘에라스투어’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공연을 여는 도시마다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해 ‘스위프트 효과’ ‘테일러노믹스’ 등의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