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불후의 명곡’, ‘뮤직뱅크’,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을 연출한 권재영 프로듀서(PD)가 국내 방송 역사 상 최악의 사건·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일명 ‘카우치 사건’에 대한 뒷얘기를 공개했다.

2005년 7월 30일 MBC 생방송 가요프로그램 '음악갬프' 출연 도중 성기를 노출시킨 인디밴드 '카우치' 의 맴버 오모(20)씨와 신모(26)씨가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기자들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가운데는 펑크그룹 '럭스'의 리더 원종희씨. /조선DB

권 PD는 지난 15일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한 방송에서 그룹 유리상자의 이세준씨와 다양한 방송 사고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카우치 사건’을 언급했다.

‘카우치 사건’은 지난 2005년 7월 30일 문화방송(MBC) ‘생방송 음악캠프’ 생방송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당시 함께 무대에 선 인디밴드인 카우치와 스파이키 브랫츠의 멤버 일부가 공연을 하던 도중 갑자기 하의를 완전히 탈의해 성기를 노출했고, 이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파를 타면서 전국민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생방송 음악캠프’는 이날 이후 종영됐다.

권 PD는 “그 사건이 큰 영향을 줬던 가장 큰 이유는 주 시청층이 10대 청소년이어서다”라면서 “거기서 하의 탈의를 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방송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었다. 프로그램 폐지가 됐으니까. 그러면 몇십명이 직업을 잃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당 무대 직후의 뒷이야기도 전했다. 권 PD는 “사고 직후 제작진이 이들을 무대에서 끌어내리고 경찰에 신고했고,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 뿐 아니라 담당 PD와 작가까지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연행됐다”면서 “경찰은 혹시나 제작진과 사전 모의가 있었을까 싶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사건 당사자들은 마약 조사까지 받았는데 결국 음성이 나왔다”면서 “맨정신에서 저지른 일이란 게 더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권 PD는 사건의 당사자들이 당시 사회적 파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처벌을 받은 사실도 전했다. 그에 따르면 하의 탈의를 한 당사자들은 3개월가량 구금됐고, 재판 끝에 각각 징역 10개월과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권 PD는 ‘카우치 사건’이 국내 인디음악 시장을 완전히 ‘초토화’ 시킨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홍대 인디밴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극도로 나빠져 씬(시장) 전체를 10년 이상 후퇴시켰다” 면서 “당시 무대는 음악을 좋아하는 박현호 PD가 인디밴드를 대중적으로 알려주기 위한, 좋은 의도로 마련된 자리인데 이 사건으로 인디 씬이 크게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권 PD는 ‘카우치 사건’ 이후 실제로 인디음악을 하는 음악가들이 이후 약 4년간 국내 지상파 방송에 전혀 출연하지 못했다고도 전했다.

권 PD는 카우치 사건으로 방송 3사의 생방송 제작 시스템에도 전반적인 변화가 생겼다고도 했다. 그는 “‘딜레이(지연)’ 방송이라는 게 생겼다”면서 “실제 송출되는 방송보다 시청자들이 보는 시점이 조금 늦어져, 생방송은 일반적으로 5초~10초, 많게는 5분가량 늦어지는 딜레이 방송을 원칙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