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구업계가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 장기화로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부담이 누적된 데 따른 것이다.

1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 최대 규모 가구·생활 전시회 '2026 고양 가구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까사(까사미아)는 최근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9% 인상했다. 씰리침대는 전 제품 가격을 평균 8%, 템퍼는 침대 프레임 가격을 약 9% 올렸고, 퍼시스도 오는 7월부터 전 제품 가격을 평균 8% 인상한다. 시몬스 역시 최근 약 2년 만에 매트리스와 프레임, 침구류 등 전 제품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가구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올랐고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오르면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목재 가격은 전년 평균 대비 3~10% 가량 올랐다. 물류 부담도 큰 편이다. 미국과 이란간 전쟁이 진정되는 모습에 국제 유가가 다소 잠잠해졌지만 지난 3월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물류비 부담이 20% 넘게 커졌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10~20% 가까이 오르면서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체들의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원자재 수급 문제가 컸다면 지금은 환율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한층 커졌다"고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도 가구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구는 신규 입주와 이사, 혼수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내구재다. 최근 부동산 거래 감소와 신규 입주 물량 축소,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서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4일 발표한 '2026년 5월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동자 수는 46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000명(1.5%) 감소했다. 이는 1974년 5월(41만5000명) 이후 5월 기준 가장 적은 규모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이사 수요가 줄어든 데다 아파트 준공 실적 감소 등 주택 경기 둔화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주요 가구업체들은 건설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한샘(009240)은 연결 기준 매출 399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고, 현대리바트는 같은 기간 18.7% 감소한 355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건설사 대상 B2B(기업 간 거래) 물량 감소와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비용 절감과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중소 가구업체들도 원가 부담에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시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혼인 건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혼수 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커졌지만, 침대와 소파 등 핵심 혼수 품목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예비부부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침대와 가구는 구매 단가가 높은 고가 내구재인 만큼 가격 인상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혼수·입주 시장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침대는 이사나 결혼을 할 때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혼인 건수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이사 수요가 줄어들면 구매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