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개업 축하 선물 시장에서 액막이 명태와 달항아리 등 '행운'이 깃든 상품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재물운·행운·번영의 의미가 담긴 상품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장기 불황과 고물가·취업난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업계에선 행운을 기원하는 소비가 본인을 위한 구매를 넘어 선물 영역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행운을 상징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 올해 1~5월까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달항아리 화분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814%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달항아리 조명 검색량은 680% 늘었고, 달항아리 포스터와 미니 달항아리 검색량은 각각 454%, 317% 증가했습니다. 특히 오늘의집 액막이 명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00% 늘었습니다.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에 따르면 최근 한 달(5월 19일~6월 18일) 동안 액막이 명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액막이 키워드 검색량은 44% 증가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액막이 키워드 누적 검색량은 약 2만5000건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집 안의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를 담은 소금 단지와 붓다 오브제 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1년(2025년 3월~2026년 2월) 동안 '액막이', '행운', '명태', '부적', '네잎클로버' 등 행운 관련 키워드가 포함된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상품 판매 규모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액막이 명태입니다. 명태는 예로부터 액운을 막고 재물과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를 담아 개업이나 이사 때 걸어두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최근엔 패브릭과 우드 소재를 활용한 인테리어 소품 형태로 재해석돼 젊은 소비자에게도 친숙한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선보인 한국조폐공사의 '돈 명태 마그넷'은 출시 당일 준비 물량이 완판된 데 이어 4차 판매까지 연이어 매진됐습니다.
달항아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달항아리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도자기를 넘어 미니 소품(오브제)와 무드등, 그림 등 다양한 상품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쿠팡·오늘의집·아이디어스 등 주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달항아리와 액막이 명태 등을 '집들이 추천 선물', '개업 축하 선물' 등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남수지(26)씨는 "3~4만원이면 품질 좋은 액막이 명태 제품을 살 수 있다"며 "주변에 이사한 친구들이나 사업을 시작한 친구들에게 선물할 때 휴지나 세제보다 전하는 의미가 좋아 선물용으로 자주 사게 됐다"고 했습니다. 직장인 강영미(33)씨는 "친한 친구가 동네에 식당을 개업했는데, 요즘 경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장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달항아리 그림을 선물했다"며 "미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좋은 기운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집들이나 개업 선물 문화가 실용성에서 의미 중심으로 바뀐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과거 집들이 선물이 휴지와 세제, 수건처럼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상대방의 성공과 행복,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선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거죠. 유통업계 관계자는 "액막이 명태나 부적은 다소 미신적인 이미지가 강해 드러내기 부담스러운 물건으로 여겨졌지만, 키링과 오브제,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재해석되면서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했습니다.
업계에선 이를 '럭키슈머(Lucky+Consumer)'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봅니다.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뿐 아니라 행운과 위안, 긍정적인 의미까지 함께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입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취업난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집들이나 개업, 승진 등에 행운 상품을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특히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상대방의 성공과 건강, 행복 등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게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대인들은 경쟁은 치열해지고 기회는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불안감과 간절함을 안고 살아간다"며 "집들이나 개업 선물에 행운 상품은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위안을 얻는 소비 형태다.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물건에 담아 전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습니다.